[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공유가 '트렁크'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곱씹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총 8부작.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공유는 "후반 작업은 배우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완성본을 봤을 땐 감독님이 쓰신 음악적 연출이나 편집 부분에 개인적으로 만족했다"며 "애초에 기획, 제작했던 사람들의 의도는 잘 담겨있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했다. 저는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트렁크'는 '계약 결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공유는 "조금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을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 던지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정원(공유)이라는 인물을 본질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었다"며 "제가 정원이처럼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렴풋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정원이에 대한 연민과 호기심이 생겼다. '당신이 믿는 사랑은 뭔가요?'라는 질문이 꼭 저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사랑이나 관계에 대해서 곱씹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공유는 "저는 원래 소유의 사랑을 지양한다. 사랑이라는 게 원래 늘 뜻대로 되지 않지 않냐. 연인이든, 부부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유의 사랑이 있고, 존재의 사랑이 있다면 존재의 사랑이 이상적이다. 쉽게 풀어말하자면 저는 성숙한 관계를 선호한다. 집착이나 통제 같은 소유의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공유의 소신과 달리, 극 중 그가 연기한 한정원은 전 아내 이서연(정윤하)으로부터 끝없이 통제당하고,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사랑 속에 오래 노출된 한정원은 무기력해지고, 무감각해진다.
이에 대해 공유는 "저는 정원이의 유년시절 경험으로 인해 아이 시절에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했다. 화석처럼 굳어진 거다. 이 사람은 온전한 사랑에 대한 걸 보고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뭔지 몰라서 무감각해졌을 것"이라며 "자신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계속 말라가고 있었다고 상상했다. 그러다 보니 겁부터 나서 자신의 옆에 누군가 오지 않도록 인지(서현진)에게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한정원은 전 아내 이서연이 맺어준 계약 결혼 상대 노인지를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기 시작한다.
공유는 "웃긴 반응이 있었다. 정원이의 눈이 동태에서 생태 눈깔이 됐다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근데 너무 맞는 이야기다. 정원이는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엔 고장 나고 뚝딱댔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사람이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존재가 날 위로하는 것 같고, 끌어당기고 있다는 걸 정원이가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확 열리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공유는 "정원이는 두 여자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형의 멍청한 지질이"라면서도 "전 정원이가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하다. 물론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 불쌍하고 딱한데, 인지랑 서연이는 주체적인 인물이지만 정원이는 그렇지 못하다. 제가 연기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 딱한 인물들인데 그중에서도 정원이가 제일 딱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작품 내내 한정원은 그야말로 '버석'하다. 그런 한정원은 노인지를 만나 조금씩 변해간다. 다만 공유는 상대 배우 서현진과 애정신에 대해 "너무 오글거리고, 낯간지럽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서현진과 '우리 예전에 이런 걸 어떻게 했을까. 와 힘들다'라고 했었다. 서현진도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어하더라"며 "저도 예전에 비해서 힘들긴 했는데, 서현진이 저에게 생각보다 뻔뻔하게 잘한다고 하더라. 자긴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오해영이 이렇게 되다니"라고 웃음을 보였다.
'트렁크'를 통해 공유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결혼의 개념들을 다시금 되짚었다. 공유는 "결혼하고 싶다. 저도 가고 싶은데"라며 "전 소유욕을 싫어한다. 지나간 관계를 생각해 보면 제가 그러지 않으니까, 상대로 그렇게 해주지 않길 바라는 게 있다. 그 코드가 맞는 사람과는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영화 '서복'과 '고요의 바다'를 선보였던 공유는 작품 공개 시기로 인해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보내게 됐다.
이에 대해 공유는 "공백기를 의도한 적은 없다. 근데 일을 계속해보니까 1살이라도 젊을 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남겨놓고자 덤빈 적도 있다. 근데 그렇게 해보니까 저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며 "의도한 공백은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후반 작업이 길어서 작품이 빨리 나오기 어렵더라. 그러다 보면 의도치 않게 몰아서 나올 때도 있다.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작업을 해왔다. 시기적인 부분은 제가 의도하거나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아울러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로 돌아올 공유는 "궁금해하신 부분이 다 해소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어떻게 보실지 기대된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