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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비-사이드' 하윤경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아…헛된 시간 아니었다" [인터뷰]
작성 : 2024년 12월 04일(수) 08:00

강남 비-사이드 하윤경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하윤경은 팔색조 매력을 지녔다. '봄날의 햇살' 같은 따뜻한 모습부터 성공과 야망에 눈 뜬 카리스마 있는 모습까지, 매 작품마다 인물에 녹아들며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윤경이 차가운 카리스마의 민서진 검사로 열연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극본 주원규·연출 박누리)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비비)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세 사람이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추격 범죄 드라마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7, 8회 공개를 끝으로 종영했다.

하윤경은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특별출연에 이어 '강남 비-사이드'로 첫 OTT 작품 주연에 도전했다. 하윤경은 자신이 첫 OTT 주연을 차지한 '강남 비-사이드'가 디즈니+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1위에 오른 소감에 대해 "OTT 작품을 처음 해봐서 종영이란 게 실감이 안 난다. 글로벌 1위를 했다고 하는데 신기하다. 아직 체감은 안 된다. 아직 찍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며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서 촬영 때의 기억이 생생하기도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장르물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감독님께서 검사 역할이라고 제안을 주셨을 때 일단 제작사의 어떤 컬러도 그렇고 내용이랑 소재 자체도 세서 검사는 어떤 태도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대본을 읽었는데 저는 민서진이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고 느껴졌다. 작품 안에서 가장 일반인과 현실에 맞닿아 있고, 검사라는 직무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윤길호(지창욱)와 강동우(조우진)는 굉장히 정의로운 캐릭터, 그리고 어둠 속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극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반면 민서진은 성공과 나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되게 장르적인 캐릭터로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의 야망과 신념 사이 갈팡질팡하는 감정선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얼마만큼 표현을 해야 되고 얼마만큼 숨겨야 되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시기도 했었고, 그냥 호흡이랑 눈빛의 흔들림 정도로만 표현을 했었어야 해서 아무래도 그런 정적인 연기가 개인적으로 좀 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세밀하게 조정해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답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 허선빈부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에게 '봄날의 햇살' 같았던 최수연 변호사, '강남 비-사이드' 속 야망에 눈 뜬 민서진 검사까지. 배우 하윤경은 그동안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히트작에서 '사'자로 끝나는 전문직을 소화해왔다. 이에 대해 "군인도 한번 하면 재밌겠다. 이왕 전문직 하는 거 온갖 분야 다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웃었다.

특히 같은 법조계 인물인 최수연 변호사와 민서진 검사의 차이에 대해 "최수연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좀 쉬운 부분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하면 그냥 나오는 캐릭터라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민서진은 어려운 게, 선한 마음도 있지만 자기 야망도 있는 좀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런 것들을 어떤 식으로 보일듯 말듯 표현을 해야 될까 이런 게 좀 어렵긴 했는데, 어쨌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건 이 사람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 그래서 그 감정의 종류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서 어떤 제스처나 쓸데없는 동작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연기를 하려고 했다. 의상도 그냥 딱 몸에 정핏으로 군더더기 없이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강남 비-사이드 하윤경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극 중 민서진은 처음 강동우 형사와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혼자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하윤경은 "민서진은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사람인 것 같다"며 "그러니까 뭔가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노선을 결정하지 않는 신중함이 있지만 때로는 그런 면이 굉장히 답답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런 결정들이 납득이 안 갈 것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자기 패를 까지 않고 하는가.' 그런데 저는 그게 그 사람의 진짜 가치관이자 자기가 일하는 방식이지 않았을까 싶다. 검사 경력이 엄청 오래된 사람은 아니지만 자기 패를 까면서 일해오던 사람이 아니라 최대한 뭔가가 정확해지기 전까지는 계속 보류하고 지켜보는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돼야만 극이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마저 뭔가 하나에 치우친다면, 민서진은 선과 악의 중간에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면모가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윤경은 극 중 민서진이 내부 고발을 하게 된 데에는 "사실 처음에는 내부 고발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며 "처음에는 이제 승진을 위해서 어느 정도 눈 감고 봐야 된다 정도의 그림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까지 비인간적인 카르텔이 존재하고 있는 것까지는 몰랐던 거다. 이제 그걸 알게 되고 민서진이 갖고 있던 검사로서의 최소한의 직업 의식과 윤리 의식,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정의감이 발동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겠지만 나중에는 도저히 이건 웃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윤경은 민서진과 싱크로율에 대해 "저는 이렇게 농담하는 걸 좋아하고 웃고 떠드는 거 좋아하는데 민서진은 굉장히 과묵하고 자기 감정을 드러내질 않는다. 저는 감정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며 "비슷한 부분을 꼽자면 좀 꼼꼼한 면 같은 건 비슷한 것 같다. 저도 뭔가 하나를 해야 된다면 꼼꼼하고 예민해지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부분들은 또 비슷한 것 같다. 뭔가 사회적인 모습은 너무 다른 것 같고, 내면적으로 예민하고 파고드는 부분들은 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촬영을 하면서 지창욱, 조우진과는 동선이 많이 겹치지 않았다고. 하윤경은 "아무래도 저는 혼자 찍는 신이 많았다. 배우분들이랑 같이 하는 신이 많지는 않았고 거의 혼자서 문서 작업을 한다든지 했다. 제가 일했던 그 장소는 완전 무채색의 사무실이었다. 햇빛도 잘 안 들고 해서 그런 것들이 확실히 사람을 좀 침전하게 하는 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거기서 제 사수였던 정만식 선배님이 항상 잘 챙겨주셔서 저도 나름 되게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만식 등 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든 생각도 밝혔다. 하윤경은 "선배님들이 진짜 노련하다고 항상 느낀다. 저는 어떤 말을 어떻게 조절하면서 어떻게 해야 되지 되게 고민이 많았는데, 선배님들은 뭔가 평소에 여유롭게 계시다가 딱 슛이 들어가면 돌변해서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강동우 역할의 조우진 선배님도 평소에는 정말 젠틀하고 따뜻하시고 되게 귀엽고 장난기도 많으신데 촬영만 들어가면 엄청 폭발적인 에너지로 연기를 하신다. 그 앞에서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입이 되고 문자가 되게 수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만식 선배님도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시고 그 아이디어들이 되게 재기발랄하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선배님들 하시는 걸 많이 배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에 대해 "감독님은 일단 무조건 배우가 편한 동선과 배우가 편한 의사를 존중해 주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배우가 불편하다고 하는 건 과감하게 편한 대로 먼저 해보시면 그거에 맞추겠다. 이렇게 항상 해 주시고 그래서 배우가 부담 없이 연기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지금 이 배우한테 뭐가 불편한 것 같은지, 배우가 어떤 부분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먼저 캐치를 해 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특별하게 불편하거나 어려웠던 게 없었다. 디렉션도 정말 디테일한 디렉션 한두 개씩만 주시고 불필요한 디렉션이 하나도 없다. 깔끔하고 명료하다"고 밝혔다.

하윤경은 이번 '강남 비-사이드'를 통해 단순히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좋은 메시지와 교훈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자극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걸 진심으로 끌고 가서 이런 어떤 어두운 이면들을 좀 보여드리고, 경각심도 갖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실제로 그런 얘기를 계속해서 감독님과 했었던 것 같다. 이걸 단순히 재밌는 시리즈라고 할 게 아니라 그런 탈을 쓰고 있지만 끝까지 좋은 이야기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또한 "민서진 캐릭터가 좋았던 게, 사람들은 다 선한 마음도 있지만 순간 타협하고 싶고 뭔가 자기 야망을 위해서 뭔가를 그냥 앞만 보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결국 선택하는 건 정의를 선택하는 게 맞는 거고, 우리가 조금 돌아갈지언정 결과적으로 내 잘못도 뉘우치고 좋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있다. 그런 게 캐릭터에 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또 결과적으로 죄 짓는 사람들은 다 벌을 받게 돼 있고 그런 것들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소재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신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강남 비-사이드 하윤경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분량과 상관없이 짧게 잠깐 나오더라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하윤경은 "액션도 해보고 싶고 공포 영화도 해보고 싶다. 장르적인 걸 조금 더 해보고 싶기는 하다. 제가 독립영화를 많이 하다 보니까 좀 현실에 맞닿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봤고 좀 더 장르적인 것들도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하윤경은 "배우란 항상 선택을 해야 되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도 선택해야 되고 할지 말지도 선택을 해야 되고, 예능도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이런 게 참 고민스럽더라. 저는 늘 제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선택들이 물론 빛을 바라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가 좀 힘들다. '내가 보는 눈이 없나? 왜 내가 하는 것들은 대중적이지 못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시간들 때문에 지금 좋은 작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렇게 들어올 수 있게 된 거다. 그리고 대중분들이 좋아해 주신 작품들, 제가 이런 면이 참 좋다 해서 선택했던 것들이 또 잘 돼서 내가 좋다고 생각하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좋은 결과를 내가고 있구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연기에 있어서는 기술적인 연기를 경계한다며 "1년 연기를 할수록 사람인지라 자기만의 무언가가 자꾸 생긴다. 나의 필살기 같은 무언가를 자꾸 하게 되는데 그런 걸 최대한 경계하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연기할 때 제일 중요하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건 저는 어떤 역할이든 그 사람한테 연민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악역이든, 그런 롤에 있는 캐릭터라도 이 사람만의 어떤 연민 포인트가 있어야 그게 인간에 대한 애정이고 그런 것에서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진짜 막 얄미운 시어머니나 되게 짜증 나는 오빠 이런 사람들도 사실 들여다보면 불쌍한 지점들이 있다. 그런 것들에서 오는 복합적인 감정을 주는 게 매체라고 생각해서 그런 복합적인 것들을 많이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하윤경은 "사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많다. 저는 배우분들이 '나는 배우 아니면 안 돼. 나는 한 번도 포기하고 싶은 적이 없다' 이런 얘기하면 너무 부럽다. 왜냐하면 저는 자주 포기하고 싶었고 자주 그만두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처음에는 그걸 숨겼다. 너무 나약해 보일까 싶기도 하고 난 타고난 배우가 아닌 것처럼 보일까 봐서다. 그런 마음은 사실 누구나 갖고 있고 '나 지금 이 직업 때려치고 싶다' 이런 생각 다 하고 살지 않나. 저도 그런 순간이 많았고 오디션 떨어지면 '진짜 열심히 준비했는데 어떻게 이게 떨어지지' 붙을 것 같은 것도 떨어지고 막 이러면 그때 힘이 너무 빠진다. 그러다가 어떨 때는 반대로 준비를 하나도 안 했는데 붙으면 기운이 오히려 또 빠진다. 그러면 '뭐지. 난 열심히 하지 말아야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런 대중이 없는 직업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건 어쨌든 그걸 준비하면서 내가 쌓은 나의 연기력이나 어떤 고민이나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 준비하지 않은 오디션에서 그게 나온 걸 수도 있다. 그냥 내가 고생하고 고민하고 고군분투했던 것들이 어쨌든 조금씩 이렇게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니까 그게 헛된 시간이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그래. 꾸준하게 버티고 버티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피드백이 오는구나'하는 부분이 생긴다"고 말해 울림을 선사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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