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알라딘을 보러 갔다가 지니에게 빠져든다. 세트는 두 말 필요 없이 압권이다. 화려한 연출, 의상, 그리고 마법 같은 순간들이 쉼 없이 몰아친다. 정말 "알며들었다".
지난 2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초연을 시작한 뮤지컬 '알라딘'에는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뮤지컬 '알라딘'은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브로드웨이 초연 10주년을 맞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 행렬이다.
공연장에는 수많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작 전부터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친구, 연인, 가족 등 연령대도 남녀노소 다양했다.
오프닝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열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지니 역의 정원영은 시작부터 뜨거운 에너지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어서 상의 탈의에 조끼만 입은 알라딘 역의 김준수가 등장하자 객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그는 슬림한 몸매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며 자신만의 알라딘을 보여줬다. 김준수 특유의 미성이 돋보인 솔로곡, 자스민과의 새 듀엣곡 '끝없는 저 수평선 너머' 등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김준수 특유의 목소리 톤과 미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성 있는 알라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쉼 없이 뛰고, 탭댄스부터 검무까지 몸 날려 소화하는 모습에서 열정이 돋보였다.
자스민 공주로 분한 최지혜도 공주 그 자체였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매력적인 춤사위, 당차고 빛나는 모습은 관객들을 반하게 만들었다.
지니 역의 정원영은 '알라딘'의 일등공신이었다. 오프닝부터 활기찬 에너지로 관객을 이끌더니,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혼을 빼놓는다. "이븐 하게" "잠실 롯데타워" "잠실역 3번 출구" 등 한국 관객 맞춤형 유행어도 구사하며 작정하고 웃음보를 터트린다. 관객들은 거부감 없이 지니와 동일시돼 함께 웃고, 울고, 호흡한다. 주인공 알라딘보다 지니의 '알라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자파, 이아고, 알라딘의 세 친구들 역을 맡은 조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유쾌한 케미스트리, 자연스러운 대사 처리, 노래, 안무까지 무대를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알라딘'의 수준 높은 퀄리티는 화려한 연출력과 세트, 의상에서도 드러난다. 의상들은 조명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왕궁에서 아그라바 시장으로 자유자재로 바뀐다. 알라딘이 요술램프를 찾으러 가는 황금 동굴은 눈을 의심하게 했다. 순식간에 등장한 황금동굴은 금빛 찬란하게 빛이 났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밤하늘을 나는 마법의 양탄자 장면도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알라딘과 자스민이 양탄자를 타자,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암전 된 무대에서 두 주인공만 빛이 났고, 아름다운 노랫소리 속 황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지대나 기둥, 기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알라딘'의 마법 같은 연출은 매 무대마다 포함돼 관객에게 황홀함을 안긴다.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50분이 흘러있다. 어릴 적 들었던 '아라비안 나이트', '새로운 세상' 등 익숙한 노랫말을 따라 부르고, 환상의 경험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알며들게" 한다.
'알라딘'은 내년 6월 22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8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포함).
◆ 리뷰 한마디 : 지니에게 "알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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