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걷었다. 무언가 결핍됐지만, 무표정 속 모성애로 채워냈다.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엄마로 돌아온 '가족계획' 배두나의 이야기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극본 김정민·연출 김곡)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 한영수(배두나)가 가족들과 합심하여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다.
배두나는 극 중 브레인 해커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한영수 역을 맡았다. 남편 철희(류승범)의 아내이자 피 섞이지 않은 지훈(로몬), 지우(이수현)의 엄마로서 가족을 지킨다.
그간 '다음 소희' '고요의 바다' 등에서 어둡고 진중한 역할을 소화해 왔던 배두나다. 그는 "오랜만에 블랙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다"며 '가족계획'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을 때 조금 씁쓸한 웃음이 나오더라. 통쾌하기도 했다. 한영수란 인물은 아주 어렸을 때 인간 병기를 훈련시키는 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브레인 해킹을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나 범죄자나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하나씩 해치우는 장면이 잔인하면서도 통쾌한 면이 있다"며 "완벽한 히어로물은 아니고 한마디로 찌질한, 보통 사람 같은 그런 모습들이 좋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가족이 나쁜 놈들을 응징한다는 설정인만큼, '가족계획'에는 성매매, 학교폭력 등 여러 범죄들과 종교 관련 이야기가 등장한다.
배두나는 "뉴스에서 봤던 일들을 생각나게 하는 이슈들이 극 중에 있다"며 "영수는 피해자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너도 그 정도 지옥은 맛봐야지 하며, 나쁜 놈을 괴롭힌다.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심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말로 일어나는 일이 아닌데도 똑같이 괴롭게 하는 거다. 실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런 부분이 씁쓸하면서도 통쾌하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자신이 맡은 한영수에게 유독 끌렸다는 배두나다. "히어로 같은 5명의 가족들의 능력이 뒤로 갈수록 나온다. 사실 그 능력 빼고는 다 부족하다. 어딘지 모르게 사회성이 떨어지고, 수상하다고 포장했지만 사실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 좋았다. 전 오히려 아주 정의롭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는 점이 좋더라"고 말했다.
배두나가 표현한 한영수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모습이 바로 표현됐다.
그는 "한영수는 감정이 결핍된, 감정 표현이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흥분하는 일은 지훈, 지우 일 딱 하나다. 입술을 깨문다 정도로 살짝 느낌을 주기는 했다"고 얘기했다.
특히 무표정에 중점을 둔 것에 대해 "표정을 쓰면 관객이 인물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에 감정을 알아버릴 수 있어 원래 표정을 많이 사용하는 연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전 작품들에서는 표정을 자제하고, 삐져나오는 감정으로만 관객이 인물의 감정을 눈치채게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감정이 삐져나오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능력을 사용한 뒤, 눈물을 흘릴 때 어려웠다고. 배두나는 "영수가 브레인 해킹을 할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상대에게 고통을 주면서 그 고통을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이 눈물만 흘리는 연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NG가 나곤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코미디 요소가 있는 작품을 사랑하고 끌려한다는 배두나다. 이번 작품도 블랙 코미디 장르라 끌렸지만, "블랙 코미디인데 진지하게 찍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간 다소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 캐릭터 면에서는 형사 역을 자주 맡아 이미지 고착을 우려했단다. 배두나는 "지난 인터뷰에서 영화 '브로커' 다음에 '다음 소희'여서 그랬는지 형사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원래 역할을 고를 때 염두하지 않는 편인데 형사는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작품도 좋고 유쾌 발랄해야 한다. 또 요즘 트렌드, 사회적 분위기 등도 맞아야 하는 조건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근 10년 안에 가장 유쾌했던 역할은 '비밀의 숲' 한여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로는 스릴러 공포가 많이 들어왔다. 언젠가 또 밝고 건강하고 희망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로코도 물론 범주에 포함된다. 로코에 대한 겁도 없다. 주름살이 있으면 안 되는가 하는 고민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영원히 소년소녀의 마음을 갖고 살지 않나"라고 말했다.
"유쾌 발랄한 것도 하고 싶어요. 제가 데뷔 초에 얼마나 유쾌 발랄한 것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요즘에는 저한테 진지한 작품들이 들어오는데, 예능에서 앞구르기라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슬랩스틱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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