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이슈가 쏘아올린 공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결혼해야 하는 것인가'를 두고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과 이를 벗어난 시선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27일(한국시간) BBC는 '한국 스타의 아기 스캔들이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란 제목의 기사로 정우성의 혼외자 이슈를 조명했다.
매체는 "한국의 한 배우가 결혼하지 않은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유명인의 행실과 비전통적인 가족 구조에 대한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우성은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혼 외 출생이 금기로 여겨지는 보수적인 나라에서 문가비와의 결혼 계획에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일부 진보적인 목소리는 한국의 다양한 가족 구조에 대한 태도 변화를 지적하며 정우성을 옹호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사건은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전국으로 퍼져나가 타블로이드 신문에 의견 기사가 연달아 실렸으며, 온라인 토론을 촉발하고 전국 정치인들의 논평을 이끌어냈다"며 "많은 평론가들은 정우성의 깨끗했던 이미지가 더렵혀졌다고 믿었고 일부는 전 유엔난민 홍보대사가 '자신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보수당 소속 익명의 의원이 보수 성향의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회적 관습이 있는 이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우리나라의 전통과 국민 정서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BBC는 한국 통계청의 최근 사회 조사를 가져와 "응답자의 37%가 혼외 출산이 용인된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거의 15% 증가한 수치"라며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72% 이상이 60세 이상이었으며, 젊은 응답자들은 그런 견해를 가질 가능성이 점점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BBC는 '정우성과 문가비처럼 혼외출산을 하는 유명인이 있는 것은 오늘날 혼외출산을 반대하는 대중의 시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는 진보 성향 매체의 사설을 소개하면서 "한국은 고압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악명이 높으며, 연예인들은 종종 과도하게 높은 사회적 기준을 적용받고 극도의 감시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가 낳은 아들의 친부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는 '혼외자'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내 정치권에 이어 외신 BBC도 이를 주목하며 논의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해외에는 이미 수많은 혼외출산 사례가 존재한다.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도 혼외자가 있으며, 영국 배우 휴 그랜트도 다섯 명의 혼외자를 두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에 비하면, 생물학적 아버지가 자식의 경제적 지원만 하는 것을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이야기로 다가온다.
다만 한국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우성의 '혼외자 이슈'로부터 출발한 사안이 진지하고 건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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