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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겨울바다로 떠나는 드라이브… 노을빛의 강화군 해안도로
작성 : 2015년 01월 18일(일) 17:44

해안서로(외포항 방면)

[스포츠투데이 트래블 박재현 기자] 도심의 도로를 헤집고 달리기를 한 시간 남짓. 김포시와 강화군을 가르는 염하(鹽河)를 건넌다. 차창 위로 내려 쬐는 겨울 햇살이 정겹다. 잎을 다 떨궈낸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이 스쳐간다. 스치는 나뭇가지 사이로 황금물결을 걷어낸 을씨년스러운 들녘에는 곤포 사일리지가 널브러져 있다. 속살을 다 드러낸 겨울산이 그 들녘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따른다. 외포사거리에 다다를 즈음 찬바람을 타고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드디어 외포항이다. 외포항 너머로 기세 좋은 석모도가 먼저 반긴다.


옹진군 장봉도 너머로 지는 낙조


견평나루 앞바다


강화대교에서 안양대 강화캠퍼스를 거쳐 보문사 방향으로 30여분 가면 외포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해안서로와 해안남로를 잇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시작된다. 오른편의 바다를 옆에 두고 때로는 구비구비 산줄기를, 때로는 드넓은 들녘을 배경 삼아 길은 이어진다. 외포사거리에서 초지대교 입구인 초지교차로까지의 약 38㎞ 구간이다. 후포항~장화리 낙조마을~동막해변~가천대 강화캠퍼스~황산도 순으로 1시간 반 쯤(주행시간) 걸린다. 도로 주변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가 넉넉하다.

외포사거리를 좌회전해 곧게 뻗은 도로에 들자 쪽빛 하늘을 등에 진 석모도와 함께 겨울의 바다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눈앞의 섬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하고 섬을 가로지르는 바다는 햇빛이 부서져 눈부시다.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 장곶돈대와 어류정항 사이로 구름을 이고 있는 장봉도가 어슴푸레 떠 있다. 한참을 더 달려 후포항에서 장곶돈대로 넘어가는 언덕길에 들어선다. 언덕길의 해안경관 또한 절경이다. 차를 세우고 내려다보는 외포항 앞바다는 석모도와 강화도가 서로 잇대어져 산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호수가 물을 담고 있는 모양새다.

장쾌한 경관을 넋놓고 바라보다 다시 출발한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을씨년스럽던 산도, 들녁도 이제는 운치를 더해준다. 야트막한 산언덕을 돌아나오니 동막해변이 보인다. 차를 주차하고 동막해변 끝 분오리돈대를 오른다. 아득한 영종도와 그 부속섬 저쪽으로 탁 트인 서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발 아래의 해변은 아직도 녹지 않은 하얀 눈이 잔잔한 물결을 밀어내고 있다. 사진가들이 최고로 친다는 여기의 낙조 풍경을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다.

길화교삼거리를 지나자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해넘이 볼 장소를 찾다가 조금 속도를 내 가천대 강화캠퍼스로 향한다. 이 대학이 산등성이에 자리잡고 있어 먼바다가 잘 보일 것 같다. 산 속의 추위를 뒤로한 채 차에서 내려 바라보는 해넘이가 장관이다. 하늘과 구름과 바다와 섬이 붉은 기운으로 가득 차더니 이내 하늘이 온통 감청색으로 물든다. 이곳의 낙조도 여느 이름난 낙조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어둑한 가천대를 빠져나온다. 어찌하든지 황산도 갯벌밭은 구경 못하고 초지대교 쪽 서울 방면으로 길을 나선다.

강화의 해안도로는 해넘이와 갯벌만으로도 찾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해넘이는 동막해변, 장화리 낙조마을이 유명하다. 하지만 서해바다를 끼고 계속되는 길은 해질녘 차를 멈추고 감상하면 바로 그곳이 낙조 명소다. 강화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힌다. 갯벌 역시 강화갯벌센터, 동막해변이 이름 높지만 곳곳에 지천으로 펼쳐진 갯벌들도 그에 못지 않다.

해안을 따라 예쁜 카페와 펜션들도 즐비하다.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만하다. 펜션은 객실료가 평형별·요일별·시기별로 다르고 펜션마다 가격 차가 크다. 하룻밤 묵을 계획이라면 출발 전 확인과 예약은 필수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행자는 해안관광순환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해안도로는 물론 강화의 대표 유적지들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1번과 2번의 빨강색 버스가 160개의 정류장을 서로 역방향으로 운행한다(소요시간 2시간30분). 강화터미널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7시4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고 요금은 1300원이다.

◆ 가볼 만한 곳

109하우스


109하우스
외포항에서 해안서로를 3㎞ 정도 가면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마주한 산토리니풍의 카페 109하우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건평나루 앞바다를 배경으로 들어선 카페는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커피의 여유를 즐기며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든다. 브런치 세트를 포함해 피자·돈가스·와플·맥주·와인 등 메뉴가 다양하고 아메리카노 커피는 5000원이다. 032-937-8109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655-23

라르고빌


라르고빌
굿스테이 지정을 받은 아담한(?) 리조트 라르고빌은 화도면 후포항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객실은 호텔동, 리조트동, 펜션동으로 나눠지고 연회장, 레스토랑, 카페, 바베큐가든, 야외수영장 등을 갖췄다. 이 리조트의 특징은 바다와 맞닿아 있어 어느 곳에서나 오션뷰를 감상 할 수 있다. 객실 통유리 밖의 바다 풍경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객실료는 2인 기준(주중·성수기 제외) 12만원부터 다양하다. 032-555-8868 강화군 화도면 내리 1829-33

동막해변


강화갯벌센터
갯벌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강화갯벌센터는 갯벌 탐구를 위한 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실에서는 갯벌 역사와 생태, 갯벌생물, 강화의 야생동물과 어종 등의 자료를 보여준다. 강화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전체 면적이 약 363㎢에 달한다. 특히 여치리·동막리·동검리로 이어지는 갯벌은 섬으로부터 최대 6㎞까지 뻗혀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됐다. 관람료는 어른 1500원·어린이 800원이다. 032-930-7064 강화군 화도면 여치리 934-6

선두5리어시장


동막해변
활처럼 휘어진 동막해변은 폭 100m, 길이 200m의 해변으로 소나무에 둘러싸여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숭어와 망둥이 낚시가 가능하고 바닷물이 빠지면 직선거리 4㎞까지 갯벌이 모습을 나타낸다. 바지락, 조개, 칠게, 고동 등 다양한 갯것들이 많이 잡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동막해변과 바로 위의 분오리돈대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주위의 풍광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7

초지진


선두5리어시장
선두5리 부둣가에는 어촌계에 가입된 12개의 횟집이 모여 있다. 선두5리어시장이다. 횟집 주인은 모두 어선을 소유한 선주들로 각기 자신들의 배 이름을 붙여 운영하고 있다. 이 어시장이 맛객들에게 인기 있는 비결은 싱싱한 제철 생선과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맛볼 수 있어서다. 어느 횟집을 찾아도 십수년간 이어온 맛은 일품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모듬회스페셜(소)이 5만5000원이다. 보광호식당 032-937-7111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1043

황산도관광벨트 앞 갯벌


강화갯벌센터


◆강화군은
강화도·석모도·교동도를 포함한 9개의 유인도와 17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광역시에 속하고 1개 읍, 12개 면, 184개 리가 있다. 1969년 육지를 잇는 강화교가 들어서 차로 건널 수 있게 된 후 1997년 노후화한 다리를 전면 재시공해 강화대교를 완공했다. 2002년에는 제2의 강화대교인 초지대교를 개통하면서 교통체증과 접근성도 대폭 개선됐다.

이 지역은 토양이 비옥해 인삼, 쌀, 순무, 고구마 등 농산물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드넓은 갯벌은 바지락, 모시조개, 굴, 낙지가 많이 나고 바다에서는 젓새우, 꽃게, 망둥이, 숭어 등이 잡힌다. 강화군의 섬들 중 주도(主島)는 강화도다. 우리나라에서 제주·거제·진도·남해 다음가는 다섯 번째 큰 섬으로 면적 300㎢, 해안선 길이 99㎞에 이른다. 마니산이 있는 민족 성지이자 호국의 고장이기도 한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한반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다. 한강 하구에 위치해 수도(도읍)를 오르내리던 해상의 관문으로서, 전략적 요충지로서 각 시대마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강화의 역사는 고조선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동기시대 대표적 무덤인 고인돌이 고려산 기슭에서 150여 기가 발견돼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유추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한강 유역의 중요성 때문에 백제, 고구려, 신라가 차례대로 차지했을 만큼 치열한 접전지 중 하나였다. ‘갑비고차’라는 원래 지명은 고구려 영토 때는 혈구군이라 불렸고 신라에 귀속되서는 해구군으로 개칭됐다. 고려시대는 몽골의 1차 침략 이후 고종 19년(1232) 몽골군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강화도로 옮겼다. 이로써 39년에 걸친 기나긴 대몽항쟁에 들어간다. 1290년에는 원에 반란을 일으킨 합단(合丹)이 쫓겨 내침하자 충렬왕은 강화로 피했다가 2년 후 개성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의 강화는 군사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태조 13년(1413) 강화를 도호부로 승격시키고 진을 설치했다. 정묘호란(1627) 때는 인조가 피신왔으며 병자호란(1636) 때는 함락되는 수난을 겪었다. 효종 6년(1655)부터는 북벌을 계획하면서 해안에 진과 보를 만들고 성곽을 정비했다. 숙종 5년(1679)에는 해안 전역에 49개의 돈대가 세워지고 뒤에는 12개의 진과 보, 53개의 돈대, 9개의 포대가 완성됐다. 근대에 들어서도 열강의 외침은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 함대와 미국 함대가 잇달아 도발한 병인양요(1866), 신미양요(1871)가 일어났다. 결국 1875년 일본의 야욕을 드러낸 운요호사건이 발발했다. 운요호사건은 조선의 개국을 부른 강화도조약(1876)의 발단이 된다.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강화는 그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강화지석묘를 비롯해 전등사, 고려궁궐터, 강화산성, 초지진, 갑곶돈대 등 시대적 유적과 유물이 곳곳에 산재한다. 영산인 마니산(472m) 정상에 참성단이 있다. 참성단은 기원전 51년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쌓은 제단이라고 전한다. 참성단의 모양은 자연석으로 쌓아 위는 모가 나고 아래는 둥글게 해 하늘과 땅을 나타냈다. 이곳에서는 매년 제천 의식을 봉행하고 지금도 전국체육대회 성화가 채화된다.

박재현 기자 jaehyun@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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