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자가 공식 출마 선언과 더불어 축구계 발전을 위한 생각을 전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야구의 허구연 총재 못지않게 해낼 자신이 있다. 발로 뛰면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단 각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급하게 출마 선언을 했다면서도 파주축구센터 재계약, 해외 거점 건립 등 정책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하 허정무 후보자와 일문일답이다.
Q. 출마 계기는?
조금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10여 일 전으로 기억한다. 출마 동기는 매스컴에서 '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의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다. 나서지 않느냐. 자신이 없고 능력이 없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누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축구를 위한 장이기에 반드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제가 그나마 용기를 냈다.
Q. 현 축구협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2~3년 내에 사면 파동과 클린스만 감독, 현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모든 문제점의 단초는 어디에 있느냐면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의사가 전달되지 못했다. 개인에 의해 감독 선임이나 의사가 협회장만의 결정으로 되서는 안된다. 시스템의 부재다.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게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윗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유쾌한 도전'이라고 선언한 이유는?
긴장해서 몸이 굳어있으면 경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직원들이 밝은 분위기 아래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뤄내려는 책임감과 분위기가 된다면 좋겠다. 아무리 힘든 일일지라도 밝은 마음으로 유쾌하게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Q. 축구인이 세대와 이념으로 나뉜 상태다. 봉합 방법은?
물론 의견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위해 뛰어다니겠다. 물론 그중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화합을 다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내려놓고 뛰어다니면서 축구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 간담회도 필요하고 모임도 필요하고 지역별 세미나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종목을 보면 서로 다투다가도 한가지 목표가 정해지고 종목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힘을 합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이런 것을 반면교사 삼아서 노력하겠다.
Q. 내려놓는다는 의미는?
권위적인 것보다는 내려놓고 내가 발로 뛰고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 의견을 내세우고 제 고집을 세우기보다는 듣는데 중심을 두고 해나갈 것이다.
Q. 출마 선언을 한 뒤 주변 압박 없었나?
많이 들었다. 지금도 많이 들려오고 있다. '감히' 이런 소리도 들린다. 그런 면에선 두려움이 없다. 도전하는 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도전하겠다. 어떤 소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귀담지 않고 해야 할 일에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
Q. 당선 얼마나 확신하나?
결과에 연연치 않겠다. 급박하게 하다 보니 캠프도 꾸리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 선거 전략을 생각하겠지만, 제가 출마에서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겠다. 다만 축구인으로서 축구인에 대한 자긍심,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마지막 헌신을 하고 힘을 쏟아보는 게 내가 할 일이라 생각했다. 설사 당선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 없다.
만약에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저는 징검다리 역할이라 생각한다. 제 후진들, 똑똑하고 해외 경험도 있고 유능한 후배 축구인들이 앞으로 맘 놓고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모든 축구 팬들이 긍정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겠다,
Q. 정몽규 현 회장과 비교되는 강점은?
저는 현장을 안다. 유소년 축구부터 프로팀까지 우리나라 축구의 현실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것이 제 장점이다. 이런 바탕에서 우리 축구인들, 대한민국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제가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기도 하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자 / 사진=권광일 기자
Q. 여자축구연맹이 리그 운영을 포기했는데 생각은?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거나 미흡하다고 알고 있다. 자체 스폰서를 구해서 겨우겨우 이어갔다. 북한 축구는 17세 대표팀이 세계대회를 우승했다. 그런데 우리 여자축구는 좋아지다가 멈춰 서있다. 리그가 중단되면 축구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자축구가 유명무실화되는 것이다. 저변확대를 더 해야 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저는 그런 생각을 했다. 파주트레이닝 센터를 왜 급하게 없앴나. 파주는 요람 중 하나고 지금이라도 파주시와 협의를 하고 좋은 방안을 마련해서 여자축구와 유소년 연령별 대표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자축구도 지금은 엄청나게 인기도 좋고 세계적으로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키워내야 하고 협회서도 적극 운영에 함께 참여를 해서 좋은 방향을 모색하겠다.
Q. 파주축구센터와 재계약을 맺는단 뜻인가?
여지 열려있다. 파주시에서 대한축구협회와 (계약) 만료된 후 몇 차례 유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는 제가 감독할 때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가서 만든 곳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문체부를 찾아가서 즉석에서 확답을 받고 만들었다. 저희가 관여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게 아니고 파주만큼 입지 좋은 곳이 어디 있나. 천안축구센터가 진행 중이지만 함께 투 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 현재 마땅히 활용할 사람과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도 파주시와 협상할 여지가 남아있고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파주 입장으로서도 축구센터가 있는 것이 대외적으로 명분이 있기 때문에 살리고 싶다. 모든 시설이 축구에 대한 시설이다. 항상 아쉽게 생각했다.
Q. 천안축구센터 예산 확보 방법은? 시설 변경 계획 있나?
이런 문제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자랑스럽지만 추진 과정에서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제가 직접 관여한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으로 할 일은 정확한 판단과 분석이다. 계약이 어떻게 체결됐고, 누가 참여했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석하고 파악해서 대처를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도 한 기업이 아닌 다(多)기업이 참여할 기회도 생긴다. 재원도 여러 방법으로 생각해야 한다. 천안축구센터를 급박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점을 아무런 분석도 없이 '나는 어디서 돈을 받겠다' 말을 하는 것은 성급한 대답이다. 면밀히 분석한 다음 비즈니스맨이 되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전문가들과 상의하겠다.
Q. 대기업 총수인 정몽규 회장도 재정 문제 어려워하는데?
대기업 총수가 협회장을 하면서 어느 정도 기부도 하고 찬조도 하셨지만 대규모 자금을 선뜻 내놓은 적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저는 축구인으로서 천안축구센터, 목포, 창원축구센터가 생기기 전 2001년 용인축구센터를 건립했다. 그것도 국가의 보조금 없이 용인시 지자체 예산 310억을 들여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제가 국회도 찾아다니고 시에 가서 브리핑도 하고 지역 국회의원 방에서 브리핑도 하고 시의원, 직원들 설득해서 용인축구센터를 만들었다. 파주도 찾아가서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발로 뛰고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천안시, 문체부, 관련 기업들 모두 합해서 좋은 방언을 찾고 능력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재정 문제를) 최소화시켜야한다. 축구협회가 자립할 수 있던 기반을 정몽규 회장이 만들었다.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태로 간다면 빚더미에 앉게 된다.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Q. 비즈니스맨처럼 뛴다는 의지인가?
그렇다. 야구를 예로 들겠다. 허구연 총재 부임 이후 야구가 어렵다가 코로나19 이후 최고의 성과를 얻었다. 그분이 기업 총수인가? 아니다. 저도 야구의 허구연 총재 못지 않게 해낼 자신이 있다. 발로 뛰면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단 각오를 갖고 있다.
Q. 행정가 시절 정몽규 회장과 함께 일했다. 정몽규 회장이 변한 이유는?
정몽규 회장께서 정말 착실하고 성실하고 일에 몰두하시는 존경하는 분이다. 요근래 들어 행정상의 난맥이 있다. 사람 자체를 비난하거나 욕을 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되지 않을까. 제가 협회에 있는 1년여 있었지만 기간 동안 제가 느낀 점은 참 의사결정 자체가 상당히 안된다. 예를 들어 어느 안건이 올라왔을 때 그 처리가 각 전문가 부서에서 조율이 되고 찬반을 거치고, 검토나 보류, 추진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점에서 아쉽다. 근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많이 가지신 분이다.
Q. K리그 7부 리그까지 통합 혹은 감독 선임 등 정책을 재검토할 것인가?
K리그 7부까지 합친다는 건 많이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졸속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파주트레이닝센터는 저희 재산이다. 축구인들의 터전이기도 하고 귀중하게 썼다. 하루아침에 중단시킨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 투자 비용과 지역적 위치를 봤을 때 너무 아깝다. 천안축구센터는 조금 더 서서히 슬로우스텝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파주를 활용하면서. 워낙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문제점이 많이 생겼다. 반드시 파주트레이닝센터도 필요하다.
잘된 것은 계속 추진하고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바꿀 것이다. 누가 독단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자 / 사진=권광일 기자
Q. 홍명보 감독 선임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문제는 현 집행부에서 결정하고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다. 특히나 중요한 시기지 않나.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마당이다. 현 집행부가 있고 임기도 끝나지 않았다. 저는 후보자일 뿐이다. 계속 가야 하거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부적절하다. 저에게 기회가 주어져서 그런 상황이 된다면 분명하게 의견을 밝히겠다.
Q. 선임 과정의 문제는?
전력강화위원회 등 위원회가 있지 않나.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기능을 복귀시켜야 한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협회 회장이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있는 위원회라도 제 기능을 발휭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각종 연령별 대표팀 감독, 여자 감독 선임에 있어서 위원회가 있다면 하루아침에 급속하게 모여서 결정하고 추천하고 선임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재 감독 임기가 1~2년 남았더라도 향후 차후 감독감을 리스트업을 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6개월~1년 이상 지켜보고 검증하고 협의해야 한다. 1~2달 내에 급속하게 하다 보니 안 좋은 일이 발생했다.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어떤 사람들로 구성해야 할까. 그들은 대외, 대내에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협회 회장이나 임원들에게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서류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충분히 증명해야 한다.
Q. 해외 자원 파악을 위한 시스템 필요하지 않나?
시급하다. 일본은 이미 뒤셀도르프에 해외 거점을 마련했다. 우리도 늦었지만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스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해외, 유럽 쪽에 많이 가 있다. 정보를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외교적인 문제에서도 꼭 필요하다. 거점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해외 진출시키는 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해주고, 직원들이 선진축구를 받아들이고 경험을 쌓는 교육적 의미도 있다. 우리나라 유스 선수들과 해외거점이 연게가 되어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도 무작정 보따리를 싸서 나가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욱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제가 임무를 맞게 된다면 반드시 추진하겠다.
예를 들어 외교적인 면을 보면 독일 도르트문트 등 가능하다. 거기는 날씨가 춥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 생각이지만 남프랑스 보르도부터 바르셀로나를 잇는 지점이 좋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 남쪽 말라가도 가능하지만 차후 신중한 논의를 거처 진행해야 한다.
생각보다 엄청난 예산이 들거라 생각하지만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다면 못 할 일은 없다.
Q. 박지성, 이영표 등 축구협회에서 일하다 그만둔 제자들이 있다. 복귀시킬 것인가?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각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잠깐 들어왔다 나간 경우가 있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분이기가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젊고 해외 경험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Q. 미래 세대와 소통할 복안은?
이영표, 박지성 같은 선수는 상당히 바쁘다.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 실제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겠다.
팬들이 아쉬운 점이 있다는 건 A매치를 할 때는 표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국내 아마추어나 프로리그는 자리가 빌 때가 많다. 우리나라도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볼까 생각한다. 비행기 탈 때 마일리지 적립을 하지 않나.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없다. 경영 당국과도 협의해야 한다. 국내 SNS를 포함한 축구에 관련된 것에 팬들이 참여할 경우 마일리지로 적립이 되어 혜택을 주는 것이다. A매치 우선 관람 기회가 많게 할 수도 있고, 2026 북중미 월드컵 때 응원단 우선 선발의 기회 등. 더 참여를 많이 하고 축구에 대한 사랑을 함께 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Q. 각오 한마디
제가 만약에 협회장이 된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를 만들고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려 한다. 바꿀 건 바꾸고 키울 건 키워서 협회다운 협회, 대한민국 축구다운 축구를. 이제는 16강이 아닌 8강 4강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게 제 꿈이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자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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