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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정은채의 용기 [인터뷰]
작성 : 2024년 11월 26일(화) 08:25

정년이 정은채 인터뷰 / 사진=프로젝트 호수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정은채에게 '정년이'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연출 정지인·극본 최효비)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정은채는 지난 17일 12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정년이'에 대해 "작품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분들이 기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응원해 주셔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저도 매주 너무 재밌게 잘 봤다.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은 처음 보니까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재밌게 잘 연출해 주신 부분들이 눈에 보여서 방구석 팬의 입장으로 봤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정년이'는 결말에서 각 인물들이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주인공 윤정년은 마당극 배우가 되고, 홍주란(우다비)은 결혼으로 새 삶을 찾았다. 문옥경은 일찌감치 영화판으로 떠났고, 매란국극단 건물은 요정(料亭)이 된다. 이에 일각에선 '정년이' 결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간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은채는 "엔딩에 대해 많은 분들이 굉장히 다양한 평을 해주시는 걸 보고 상상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방송이 나오고 난 뒤에 더 실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옥경이의 결말을 두고 '정년이'가 한 50부작이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반가운 말이다. 재밌게 잘 보신 것 같다. 다만 적절한 타이밍에 문옥경스러운 퇴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알아채진 않았지만, 늘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고, 스스로 이별의 수순을 밟고 있었다. 옥경이의 퇴장은 적당한 타이밍이었다"고 해석했다.

정년이 정은채 인터뷰 / 사진=프로젝트 호수 제공


극 중 정은채는 매란국극단의 남자 주연을 도맡아 하고 있는 현시대 최고의 국극 왕자님 문옥경을 연기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에 오른 왕자님이지만, 정작 본인의 속은 고여가는 상황 속에 곪아가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자신이 해석한 문옥경에 대해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옥경이는 자신의 속내나 진실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은 옥경이의 선택이 갑작스럽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유일하게 한 갈래로 쭉 앞을 바라보고 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 혼선은 없었다"며 "정년이의 시선 속에서 문옥경은 '살다 보니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도로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나고 그런 캐릭터이길 바랐다. 선망의 대상이고, 한 시절을 대변하는 캐릭터이지만, 무대 아래에 내려왔을 땐 오롯이 혼자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고독함을 어떻게 승화시켰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면이 연기에 드러나진 않더라도, 늘 마음속에 안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문옥경은 정은채에게 있어선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특히 데뷔 이후 첫 쇼트커트에 도전한 정은채는 "테스트 촬영 땐 긴 머리였다. 가발도 써보고, 다양한 쇼트헤어를 시도해 보며 어떤 머리가 어울리는지 찾아봤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됐을 땐 머리를 자르고 대본 리딩 현장에 갔다. 배우들이 굉장히 놀라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정은채는 "쇼트커트는 한다미로 편하다. 뭘 할 것도 없다. 단출하고, 가벼워진 느낌이 너무 좋다. 근데 1년간 촬영하면서 길이감을 유지해야 하니까 현장에서 급하게 잘라야 하는 과정들이 있더라. 그리고 잘라야 하는 시기가 너무 빨리 돌아오더라. 물어보니까 (길이에) 예민하신 분들은 몇 주에 한 번씩 자르기도 한다고 했다. 외적인 변화로 캐릭터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며 "제가 봐도 생각보다 비주얼이 나쁘지 않았다. 저도 처음 보는 저의 얼굴이었다. 일단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고,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가까워지니까 오히려 안심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적인 부분에 대한 빌드업이 끝났다면, 다음은 내면이었다. 극 중 문옥경은 소리와 국극 연기, 목검술까지 출중한 예인이다.

이에 정은채는 "각 캐릭터마다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있었는데, 옥경이는 기본적으로 소리, 춤, 무대 연기, 목검술이었다. 극 초반에 정년이를 가르치면서 장구랑 북을 치는 장면이 있다. 몽타주신이었지만, 누군가 대역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저도 배워야 했다. 준비 시간부터 끝날 때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끝나기 직전까지도 계속 연습을 했다"며 "특히 소리가 정말 중요한 지점이었다. 동시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정말 걸음마 떼듯이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이라도 무대 위에서 캐릭터들과 잘 붙어서 나오게끔 선생님들이 잘 코치해 주셨다.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표현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몸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올 수 있게끔 연습했다. 모든 분야가 처음 접해보는 거여서 참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정년이 정은채 인터뷰 / 사진=프로젝트 호수 제공


문옥경을 얘기하기 위해선, 그의 공주님인 서혜랑(김윤혜)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각각 왕자님과 공주님으로 국극의 일인자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다만 서혜랑은 속이 썩어가는 문옥경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왕좌에 집착하게 되고,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해 정은채는 "작품에서 보이진 않았지만, 극단 초창기 시절 멤버들이 잠깐 스쳐가는 사진들에서 상상할 수 있다. 옥경이에겐 국극의 시작점부터 국국의 얼굴이 된 시점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가 혜랑이라고 생각했다"며 "혜랑이는 옥경이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과 나약한 모습을 다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어쩔 땐 가족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다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에 연민이나 안쓰러운 지점을 느끼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관계성이 아니었나 싶다"고 해석했다.

그런 서혜랑을 연기한 김윤혜가 언급되자 정은채는 "작품을 통틀어서 저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촬영 이외에도 둘이 붙는 국극신이 많다 보니 연습시간에도 늘 붙어있었다. 국극신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완벽하게 커플로 보이고, 최고의 파트너로 보일지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연기 외적인 대화를 크게 나누진 않았다. 연습 시간이 많다보니 인위적으로 시간을 만들어서 친해지기보단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됐다. 저희는 서로에게 스며드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정은채는 "저에게 혜랑이는 마음이 많이 쓰이는 캐릭터였다. 혼자 속을 끓이는 동안 외로웠을 것 같다. 어떤 지점에선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 인물인데, 그 캐릭터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깊이 있게 표현해 줘서 문옥경이 문옥경으로 있을 수 있었다"며 "(김)윤혜는 너무 고마운 친구고, 너무 훌륭한 존재다. 앞으로도 팬의 입장에서 어떤 작품들을 할지 궁금하고, 늘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년이 정은채 인터뷰 / 사진=프로젝트 호수 제공


아울러 정은채는 "'정년이'에 임하면서 나이와는 상관없이 동료배우들로부터 배울 것들이 너무 많았다. 현장에서 깜짝깜짝 놀란 순간들이 많았다"며 "저는 안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배우 생활을 계속하게 된다면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용기 있게 도전하는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은채는 "'정년이'는 저한테 용기가 되는 작품이었다. 걱정도 많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던 작품이었는데 잘 꾸려나가서 이 정도로 해내고, 작품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았다는 것이 저에겐 너무 큰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저에게 기억에 남는 문옥경 같은 작품이 '정년이'가 아닐까 싶다"며 "아직 예정된 차기작은 없다. 하반기와 연말을 잘 마무리해서 에너지를 모아보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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