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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친자' 윤경호 "매번 형사 역할? 이 연기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자" [인터뷰]
작성 : 2024년 11월 16일(토) 08:00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윤경호 / 사진=눈컴퍼니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매 작품에서 형사나 악역 등 강렬한 연기를 펼치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본 배우 윤경호는 이토록 푸근하고 편안할 수 없었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윤경호가 친근한 매력으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연출 송연화)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윤경호는 극 중 강력팀 오정환 팀장 역을 맡았다.

윤경호는 그동안 영화 '탐정: 더 비기닝', '너의 결혼식', JTBC '이태원 클라쓰', 디즈니+ '최악의 악' 등 여러 작품에서 경찰이나 형사 역할을 맡았다. 그는 "또 형사를 맡아서 연기한다는 것에 기시감에 대한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형사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또 불러주신다면 누구보다 믿음이 가는 형사처럼 하고 싶고, 형사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걸 두려워하지 말고 신뢰가 가는 배우로서 다시 한번 보여드리고 싶고, 형사라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주변에 형사분들이 계시는데 '진짜 형사 같다'는 이야기를 해줄 때 제일 기뻤다"고 덧붙였다.

윤경호가 연기한 오 팀장은 조직, 규범, 루틴, 성실성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한석규가 맡은 장태수 프로파일러와는 성향 면이나 일하는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상극으로,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킨다. 윤경호는 "오 팀장이 장태수를 배제시키려 하면서도 의존하고 또 못마땅한 면이 있지만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또 아이 아빠로서 그런 부분들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시선이라든지 침묵이라든지, 혹은 결정에 있어서 다시 불러오라고 한다든가, 아니면 기다려준다든가 이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연기적으로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멜로를 한다면 이런 감정이지 않을까. 대상은 다르지만 이성과의 멜로가 아닌 (한석규 선배와의) 멜로. 이렇게 미운 정이 계속 쌓여가는 것도 멜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윤경호 / 사진=눈컴퍼니


하지만 오 팀장을 연기하면서 답답한 부분도 있었다. 윤경호는 "이 사람의 결정에 내가 굉장히 싫어하면서도 내가 이 사람을 또 놔주고, 또 이해하고, 또 받아주는 식이니까 저도 오 팀장이 너무 우유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본으로 가다 보면 상황이 그러하고 진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럼 이럴 때 내가 무슨 이유로 이 사람을 다시 받아야 될까', '이 사람은 내가 어떤 이유에서 납득을 해야 되는가' 그 필요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회의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윤경호는 "한석규와 갈등을 빚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오 팀장은 빌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란 질문에 대해 "그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감독님을 믿었다"고 답했다. 그는 "감독님이 이 인물이 그렇게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저한테 주셨다. 그리고 설령 그렇게 보여진다 하더라도 결국 후반에는 오해가 풀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던 것도 있고, 반대 입장에서 바라보면 장 팀장이 답답한 게 맞다. 장 팀장이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 말고 갑자기 퇴근을 하려고 하는 부분들이 조직 생활에서 굉장히 방해되는 행동이고 물을 흐리는 거지 않나. 일개 형사도 아니고 팀장인데.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범죄분석팀과 강력팀 같은 경우는 수사 방식이 달라서 사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게 현실적인 지점인 거고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 지점에 대해서는 감독님을 믿었다"고 전했다.

형사부터 악역까지, 윤경호는 매번 비슷한 역할을 맡으면서 슬럼프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까. 그는 "슬럼프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다 우울해지고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저한테 그렇게 힘든 시기가 왔다고 느낀 적은 없다. 다만 항상 경계한다. 내가 지금 잘 지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건 아닌가, 나 혼자만 지금 착각하고 있고 내 연기가 망가지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한테 내가 식상해지거나 기시감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 늘 경계를 하고 조심하면서 그런 도전에 대해 더 과감하게 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 역할이 왔을 때 내가 두려워서 피하게 되면 결국 어느 순간 내가 그런 걸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꾸 이렇게 움츠려들게 만들고 이만큼만 찾아서 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것과 새로운 것만 자꾸 찾을까 봐 오히려 더 당당하게 하자는 거다. 차태현 형이 저한테 자기가 늘 코믹 허당 이런 역할들을 계속 하지만 어느 순간 '왜 나한테 계속 이런 역할만 오지?' 생각했을 때 '내가 잘하는 게 이거구나. 사람들이 나한테 보고 싶어 하는 게 이거구나. 그럼 나는 이것만큼은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자기는 자기 스스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더라.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한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으면 그것만큼은 어디 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잘하는 사람이 되자고 얘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윤경호 / 사진=눈컴퍼니


이와 함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윤경호는 "한석규 선배님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속 진중한 모습뿐만 아니라 '서울의 달' 속 양아치스러운 모습도 가지고 있듯이, 또 하나의 무기를 개발해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면 더 오래 갈 것 같다고 차태현 형이 말해주셨다"며 "대사도 좀 더 선배님처럼 느릿느릿하게도 해보고 싶은데 어렵더라. 그래도 도전을 계속하려고 한다. 제가 사실 사극 작품을 하긴 했어도, 사극 연기를 끝까지 길게 해본 경험은 많이 없다. tvN '왕이 된 남자' 길게 했던 작품이지만 대개 '도깨비'처럼 짧게 사극 연기를 했었는데 예전에 대하드라마 속 선배님들처럼 대사의 맛이 확확 느껴지는 연기를 한번 겪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극에 도전한다면 장군 역할을 맡고 싶다고. 윤경호는 "요즘은 사극도 멜로라든지 퓨전 사극으로 많이 가지 않나. 그런 재미있는 사극도 좋고, 정통 사극을 하게 된다면 장수 같은 역할로 '대조영'이나 '왕건' 속 선배님들처럼 으리으리한 연기 대결을 해보고 싶다. '물러서시오' '물러설 수 없소' 이런 대립이 멋있더라"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본 송연화 감독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윤경호는 송 감독에 대해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분"이라며 "1c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더라. '달리'라고 하는 레일을 깔고 달리를 밀면서 트랙아웃이 있었다. 그걸 경력이 오래되신 분이 맡았는데 테이크를 거듭해가면서 본인은 분명히 똑같이 갔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이) '다시 한 번 갈게요' 하시는 거다. 조금 빨랐다고 하시길래 초시계를 보니 전 테이크는 4.7초가 나왔고 이번 테이크는 4.3초가 나왔다. 0.4초 차이를 느끼신 거다. 그 정도로 섬세하셨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수평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바로 찾아내고, 경찰서장 사무실 옆 태극기 주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화면상에서 잘 보이게 하라고 하셨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 잘 보이게 주름이 아주 자연스러운, 그런 것들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엄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섬세한 결과물이라고 생각을 한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작품을 하니까 장하빈(채원빈) 같은 친구 연기 정말 좋지 않나. 눈동자만 딱 돌리고 눈도 안 깜빡거리고 어려운 연기였는데, 그걸 뽑아낸 건 감독님의 끈기 아니었나. 또 제가 촬영 중간에 티 안 나게 살이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건 전날 저녁을 굶는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 감독님이 '너무 살이 빠진 것 같다'더라. 화면에서 멋있게 보인다는 말이 낯설어서 찌워야겠고, 오 팀장은 덩치가 있어야 된다는 느낌이 있으셔서 그걸 유지하려고 살을 찌운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까 방치하게 돼서 나중에 화면을 봤는데 제 모습을 못 봐주겠더라. 그 정도로 감독님은 섬세함과 끈기가 대단하셨다. 연출력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스릴러 드라마가 있었을까. 항상 용두사미가 될까 봐 걱정을 했는데 이번 작품은 사실 두고두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윤경호 / 사진=눈컴퍼니


마지막으로 윤경호는 "지금 찍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 촬영이 12월 초순에 끝날 예정이다. 그 후에는 처음으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길 것 같다. 3월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가족들이 그것 때문에 그동안 많이 서운해했다. 아이들도 그 사이 많이 컸다"며 "요즘 저녁에 일이 있어서 나가려고 하면 우리 둘째가 6살인데 그렇게 저한테 항의를 한다. 현관문 앞에 서서 '나도 데려가라'고. 그래서 한 번 저녁자리에 데려간 적도 있다. 가족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연말에는 식구들하고만 지내고 싶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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