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우려하던 일이 첫 경기부터 벌어졌다. 구위형 선발진을 꾸리지 못한 한국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첫 경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3일 오후 7시 30분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선발 고영표가 홈런 두 방을 내주며 무너졌다. 고영표는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탈삼진 2볼넷 6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볼넷이 화근이 됐다. 2회 2사 1, 2루에서 9번 타자 장쿤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2사 만루에 몰렸다. 마음이 급해졌는지 고영표의 제구가 흔들렸다. 공이 연달아 한가운데로 들어가며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다. 다시 2루타와 투런 홈런이 연달아 나오며 0-6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원래도 고영표는 경기 초반 실점이 많은 유형이다. 올해 1~3회 성적은 피안타율 0.370 평균자책점 6.88에 불과하다. 4~6회에 피안타율 0.298 평균자책점 3.09인 것과 대비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영표가 구위형 선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영표는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기보단 칼날 같은 제구력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투수다. 올해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은 7.11로,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93명의 투수 중 64위에 불과하다.
국제무대 같은 단기전은 최대한 변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형 선발이 필수다. 탈삼진으로 실책 경우의 수를 지우고, 한가운데 공을 꽂더라도 공의 힘으로 방망이를 이겨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고영표를 포함해 곽빈, 임찬규, 최승용으로 선발진을 꾸렸고, 이 중 구위형 투수는 곽빈 하나뿐이다. 고영표는 물론 임찬규와 최승용 모두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다.
임찬규의 평균 구속은 140.5km/h, 최승용은 142.0km/h를 기록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속이 아니다 보니 많은 인플레이 타구와 피장타를 걱정해야 한다.
곽빈은 평균 148.4km/h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를 갖추고 있다.
구위 리스크, 선발 리스크가 첫 경기 대만전부터 터졌다. 류중일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은 4경기에서 류중일 감독이 선발진을 어떻게 운영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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