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 아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소녀들이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연출 김민하·제작 26컴퍼니)은 학교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공포를 그린 호러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영화감독이 꿈인 수능을 앞둔 고3 지연(김도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이지만, 평균 8등급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가로막힌 지연은 우연히 방송실에서 선배들이 남긴 귀신 숨바꼭질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에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본 지연은 그 순간부터 지독한 귀신에 시달리게 된다. 전설의 선배의 말에 따르면, 귀신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개교기념일에 맞춰 '무조건' 귀신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 다만, 귀신 숨바꼭질에서 승리하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지연의 자초지종을 들은 '8등급즈' 은별(손주연), 현정(강신희) 역시 비디오 테이프를 보게 되고, 똑같은 귀신에게 시달린다. 이에 세 사람은 용병 민주(정하담)까지 섭외, 숙명의 귀신 숨바꼭질을 시작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귀신 숨바꼭질에서 승리하고, 무사히 수능을 치를 수 있을까.
작품은 호러 영화의 탈을 쓴 코미디다. 턱 끝까지 귀신이 쫓아오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 안에 놓인 주인공들은 야무지게 맞선다. 이어 주인공들은 제4의 벽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위기를 헤쳐나간다.
덕분에 작품의 무거움은 덜어냈다. 호러 장르 특성상 관객들에게 묵직한 공포감을 안겨줄 법도 하지만,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번번이 비틀어버린다. 무게감은 덜어내고, 기이한 호러 코미디를 선사하며 'B급 코미디'의 정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타파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2막' '3막' '클리셰' '점프 스퀘어' 등 예상치 못한 영화적 공격들은 관객들의 옆구리를 찌른다.
귀신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여고생들을 연기한 배우 김도연, 손주연, 강신희는 풋풋한 감성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다소 어색함이 있으나, 여고생 배역 자체에 잘 녹아들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인 지연 역의 김도연은 그룹 아이오아이와 위키미키로 활동하던 시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민주 역의 정하담은 까다로울 법한 캐릭터를 뻔뻔하게 소화한다. 여고생 감성부터 주먹질 액션까지, 정하담의 존재감과 매력이 빛난다.
전형적인 괴담 속 귀신은 MZ 여고생들과 만나 시너지를 낸다. "클리셰다!"라는 지연의 말처럼, 클리셰적인 귀신이 여고생들과 벌이는 사투는 '헛웃음도 웃음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분명 귀신인데, 공포와 코미디 사이 줄 타기가 아니라 대놓고 코미디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그야말로 '언더독의 반란'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B급 코미디 요소들이 신선함을 준다. 공식을 깨부순 소녀들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90분.
◆기자 한줄평 : 잘 키운 이두박근은 귀신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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