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추성훈이 일본 귀화를 결심한 순간을 떠올렸다.
3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는 추성훈이 강연을 펼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추성훈은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오사카 지역에서도 나쁜 동네였다"며 "지금 친구들이 거의 다 야쿠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왜 저는 그쪽으로 안 갈 수 있었냐면 저는 그때 유도를 했었다. 우리 아버지가 유도를 했기 때문에 엄청 무서워서 나쁜 길로 안 가고 유도만 계속 바라보고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추성훈은 오사카 지역 유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도 명문 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아버지의 꿈을 살려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달기로 결심했다. 그는 "대학교 졸업하면 일반 실업팀에 가야 하고 저는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본 유도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한 달 월급이 지금 돈으로 300만 원이었다.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유도 때문에 이렇게 왔는데 결국 자기 일 때문에 가는 거 아닌가. 그 길을 가면 안 되겠다' 해서 아버지께 '일단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했다. 그렇게 해서 부산시청 소속이 됐다"고 밝혔다.
부산시청 소속이었던 20대 당시 자료화면을 본 추성훈은 "완전 아기였네"라고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도복에 붙은 태극마크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라며 "돈이 있어도 절대로 못 사는 태극마크를 받았을 때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81kg급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추성훈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거다. 그때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다"며 "유도협회가 잘못된 판정이 너무 많이 있었다.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시아선수권대회도 금메달을 땄지만 이상한 판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끝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여전히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은 듯 추성훈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해서 일본으로 귀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성훈은 "저는 재일교포 4세고, 추씨 집안이 지켜온 역사를 제가 '유도 좋아했다'는 마음 하나로 바꾸는 것이 괜찮은가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 꿈이 한국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는데, 부모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냥 '알았다. 네가 마음 먹었다면 응원하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저는 귀화를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일본으로 귀화를 해 1년 만에 일본 국가대표로 발탁됐다고. 추성훈은 "일본 국가대표로 출전한 가장 큰 경기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었다. 부산에서 3년 정도 있었는데 숙소 바로 앞이 (옛 소속팀) 경기장이었다. 거기 식당 아주머니, 할아버지 다 안다. 저는 마음이 아픈 게 태극마크가 아니라 일장기를 달고 간 거다. 일본 선수촌 밖을 못 나갔다"고 털어놨다.
결승전에서는 한국의 안동진과 겨뤘고, 승리를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추성훈은 "금메달을 따고 나서 일장기가 가장 위에 걸리고 태극기가 그 옆에 올라가는 걸 바라보는데 기쁜데 뭔가 이상했다. 두 나라 국기가 올라가는 걸 보니까 마음이 이상하더라. 그 다음날 신문 1면을 장식한 것은 '조국을 메쳤다'는 제목이었다. 사진 보고 사실 마음이 아팠고 그런 마음 1%도 안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악플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사랑받은 것도 아니었다"며 당시 받은 악플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도대체 어디 사람인가. 한국에서는 일본 사람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한국 사람이라 하고"라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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