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노윤서가 첫 스크린 영화를 무사히 마쳤다. '첫' 스크린 데뷔에, '첫' 청량 로맨스에, '첫' 수어 연기다.
영화 '청설'(연출 조선호 감독·제작 무비락)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내부 시사에 이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완성본을 보게 됐다는 노윤서는 "음악이 완전히 입혀진 걸 처음 봤다. 배경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나 물소리, 손이 부딪히는 소리가 저희 영화의 특색이다. 그런 배경음과 음악의 조화가 잘 어울렸다. 장면들의 감정들이 잘 살아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윤서는 작품 첫 만남에 대해 "대본으로 '청설'을 처음 접했다. 이전엔 원작을 보지 못했다. 근데 일단 대본 자체가 주는 힘이 컸다. 예를 들면 용준이가 여름이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그런 예쁜 마음들과, 그걸 천천히 받아들이는 여름이와, 가을이와의 자매 관계성도 서사가 깊고 서정적이고, 청량한 매력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직접 연기해보고 싶었다"며 "마침 청량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서 영화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원작을 보게 됐는데 원작도 너무 좋았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원작이 있는 만큼, 이를 리메이크하는 배우의 입장에선 부담감도 클 터다. 노윤서는 "원작을 봤다는 느낌으로만 남겨두고, 이걸 해치거나 어느 부분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냥 이런 원작이 있고, 저희의 '청설'은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대해 집중했다"며 "배경도 다르고, 그걸 연기하는 배우도 다르다 보니 각자의 매력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에서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차별화를 두려고 하진 않았다. 대본 안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청설'은 갈등을 유발하는 빌런의 존재가 전무하다. 다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과 화해, 오해와 소통들에 집중한다.
노윤서는 "'청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임에도,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고, 서로가 가까워지려는 찰나에 작은 계기로 멀어지고, 밀어내는 미묘한 관계의 감정선이 디테일하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그런 디테일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이 장면에서 여름이가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요'라는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 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감정선이 조금씩 더 디테일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한 감정들을 수어로 표현해야 하는 만큼 고민도 있었다. 노윤서는 "수어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수어도 하나의 언어다 보니 배우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한국말처럼 '가나다라'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대본에 있는 대사부터 바로 배우기 시작했다. 영어로 따지면 프리토킹부터 시작한 것"이라며 "동시에 표정을 크게 써야 했다. 표정이 정말 중요했다. 표정 하나로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표정을 다양하게 써야 하다보니까 거울을 보면서 많이 연습했다. 동시에 그걸로 배운 게 많다. 수어 연기를 하다 보면 상대방을 계속 바라보면서 연기해야 하니까 서로 빠져들면서 몰입하기 쉬웠다. 대사를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표정이나 행동으로 나오는 감정들에 대한 재미도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서 노윤서는 '청설' 출연 배우 중 가장 먼저 캐스팅이 확정된 바 있다. 이어 용준 역의 홍경과 가을 역의 김민주가 차례로 캐스팅됐다.
노윤서는 "홍경은 제가 전작들을 다 봤기 때문에 멋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대본이나 원작의 용준이 모두 통통 튀고 발랄한 모습을 홍경의 역할 중 본 적이 없어서 혼자 상상하곤 했다. 근데 현장에서 만났는데 홍경이 땅에 착 붙어있으면서도,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며 "여름이한테 빠져드는 과정들을 너무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게 그려내니까 굉장히 새로웠다. 제가 생각한 용준이의 결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용준이의 느낌이었다. 덕분에 저희 '청설'의 특색이 더 뚜렷해진 것 같다.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윤서는 동생 가을 역의 김민주에 대해선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부터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제 기억상으로는 성숙한 이미지가 있었다. 근데 저는 학생 이미지로 많이 보였기 때문에 언니-동생으로 나오는 저희의 관계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살 차이지만, 동년배로 보이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말간 민낯이 너무 아기 같고 예쁘더라. 성격도 너무 좋았다"며 "제가 실제로 김민주보다 언니다 보니까 '언니, 언니' 하면서 불러주고, 수어 연습도 같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덕분에 현장에서 '케미'가 자연스럽게 잘 나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혜성처럼 데뷔한 노윤서는 이후 드라마 '일타스캔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노윤서는 "원래 알바로 모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다. '연기를 배워보지 않겠냐'해서 주저하다가 배워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대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배웠고, 하다 보니까 잘하고 싶어서 계속하다 보니 오디션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며 "연기를 배울 땐 정말 미세한 차이였지만 변화하는 모습이 조금씩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연기를 하면서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더라. 제가 중학생 때는 정말 내성적이었다. 지금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느끼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노윤서는 "저는 기본적으로 땅바닥에 붙어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삶의 극한,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극한으로 끌어내다 보면 연기적으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연기로, 새로운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악역도 해보고 싶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노윤서는 "저는 매사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작품을 찍고, 상을 받게 되고, 그런 순간을 돌이켜볼수록 신기하더라. '내가 이 선배들과 함께 했다고?' '내가 이 작품에 나왔다고?' 싶다"며 "'청설'도 저한테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다. 스크린 영화로써 첫 시작이다. 앞으로도 돌이켜보면 '내가 이렇게?'라며 뒤늦게 실감할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