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임희정이 약 2년 5개월 만의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
임희정은 2일 제주도 제주시의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75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9억 원, 우승상금 1억6200만 원)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으며 7언더파 65타를 쳤다.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를 기록한 임희정은 2위 김수지(11언더파 133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선두로 도약했다.
당초 4라운드 72홀 대회로 예정됐던 이번 대회는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3라운드 54홀 대회로 축소됐다. 임희정이 3일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를 지키면, 지난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임희정은 특급 루키들이 쏟아졌던 지난 2019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포함해 3승을 쓸어 담았다. 이후에도 2021년 8월 2년 만에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2022년 6월에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임희정은 이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에서는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리고도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해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에는 톱10 3회, 상금 랭킹 55위에 그쳤다.
그러나 임희정은 이번 대회에서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하며 그동안의 아쉬움을 해소할 기회를 잡았다.
임희정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6위로 2라운드를 맞이했다. 기상 악화로 인해 2라운드가 전홀 샷건 티오프 방식으로 진행된 가운데 18번 홀에서 출발한 임희정은 시작과 함께 2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순위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 3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기세를 탄 임희정은 8번 홀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이후 한동안 파 행진을 이어갔지만, 13번 홀 버디로 공동 선두, 14번 홀 버디로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김수지가 17번 홀 버디로 따라붙었지만, 임희정은 16번 홀 버디로 맞불을 놓으며 다시 도망갔다. 이후 1타 차 리드를 지킨 임희정은 선두로 2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임희정은 "기분이 너무 좋다. 시즌 최종전(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에 60명만 출전할 수 있는데, 마지막 대회까지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 플레이했다"며 "매 샷 내가 해왔던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잘 맞아 떨어졌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임희정은 또 "그동안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많이 연습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 것만 하자'는 마음으로 플레이했더니 잘된 것 같다"며 "결과를 생각하면 내가 하려고 했던 동작들이 잘 안 나온다. 일단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쳐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라운드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임희정은 "욕심을 내거나 잘하려고 하다 보면 내 플레이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어차피 실수를 많이 해왔으니까, 실수를 해도 리커버리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최종 라운드에서) 멋있게 치고 싶다. 어차피 긴장은 누구나 하니까 받아들이고 몰입하면서 내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1라운드 공동 선두를 달렸던 김수지는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를 기록했지만, 임희정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마다솜이 10언더파 134타로 3위, 배소현과 문정민이 9언더파 135타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상금, 대상포인트 2위를 달리고 있는 박현경은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기록, 노승희, 안선주 등과 공동 6위 그룹을 형성했다. 박민지와 유현조는 7언더파 137타로 공동 11위, 박지영과 김재희, 지한솔은 6언더파 138타로 공동 16위, 이예원은 4언더파 140타로 공동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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