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KIA 타이거즈가 2024 KBO 리그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잠시 풀어질 법하지만 이범호 감독과 김태군이 선수단에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KIA는 2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5로 승리했다.
이번 경기로 KIA는 시리즈 4승 1패를 기록,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7년 우승 이후 7년 만이다.
경기 종료 후 이범호 감독은 "팀을 맡아서 힘든 시기도 있고 좋은 시기도 있었다. 마지막에 좋은 상황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팀 전체 선수들, 많은 팬분들, 저희를 항상 멀리서 응원해 주시던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 전하고 싶다. 우승했지만 다시 시작이니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즌 내내 이범호 감독은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자신은 소위 '판'만 깔아주고, 경기는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는 것.
이범호 감독은 "처음 감독 부임했을 때 호주에서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하라'라고 했다. 그건 시즌 내내 지켰다. 앞으로도 그런 야구를 펼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선수들이 감독 때문에 눈치를 보고 야구를 못 하는 모습은 없는 팀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다음 목표는 단연 '왕조' 건설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이 '자만'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내년에 우승한 것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간절함을 만드는 게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우승은 올 시즌으로 끝났다. 다시 우승할 팀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면서 "세밀한 것 챙기고 선수들이 거만해지지 않는다면 차근차근 올라가는 팀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주전 포수 김태군도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
김태군은 "장기 집권 당연히 할 수 있다. 조건이 있다. 선수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승했다고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연습을 해야 하는지 의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장기 집권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단에 아쉬운 모습이 보였냐고 묻자 "그랬다. 제 눈만 이상한 건 아니고 웬만하면 다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군은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과 유쾌한 답변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축제 분위기에도 이범호 감독과 김태군은 진심을 전했다. 선수단에 메시지를 던져 더욱 단단한 결속을 요구했다.
벌써 KIA는 내년을 바라본다. 우승에도 만족은 없다. 이범호 감독과 김태군의 충고가 통한다면, 머지않아 '타이거즈 왕조'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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