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대투수' 양현종이 다시 한번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2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6-5로 승리했다.
경기에 앞서 3승 1패를 기록하던 KIA는 마지막 1승을 추가하며 역대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발투수 양현종은 2.2이닝 4피안타(3피홈런) 1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구속은 최고 145km/h, 평균 141km/h가 나왔다. 총 41구를 던져 직구 23구, 슬라이더 14구, 체인지업 4구를 구사했다.
커리어 3번째 우승 반지다. 양현종은 2009년과 2017년, 2024년 KIA에 우승을 안긴 바 있다.
학강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양현종은 2007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부터 초고교급 구위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프로 수준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고, 2008년까지는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당시 양현종을 설명하던 키워드는 '막내딸'이다.
양현종은 특유의 귀여운 행동과 친화력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경기력 측면에서는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지 못해 팬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2008년 김태균(당시 한화 이글스)에게 홈런을 맞고 강판된 뒤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중계에 송출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양현종은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켰다.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윽박질렀고,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은 체인지업도 궤도에 올랐다. 양현종은 정규시즌 12승 5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 생애 첫 두 자리수 승수를 썼다.
그해 KIA는 1997년 우승 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때 양현종은 3경기에 등판해 무승 1패 평균자책점 6.14로 흔들렸지만, KIA는 아킬리노 로페즈의 호투와 나지완의 7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양현종은 KIA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부침 속에도 2010년과 2014년 16승을 거뒀고, 2015년 평균자책점(2.44) 1위에 올랐다.
막내딸은 어느새 '대투수'가 됐다. 2017년은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헥터 노에시와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투수 골든글러브와 시즌 MVP까지 점령했다.
양현종의 활약 속에 KIA도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과 더불어 5차전 9회말 깜짝 등판해 1이닝 세이브로 팀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한국시리즈서 양현종은 2경기 1승 1세이브 10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4볼넷 무실점을 기록,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시 7년이 지난 2024년. 대투수는 백전노장이 됐다. 150km/h를 넘나드는 구속은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구속을 뛰어넘는 관록을 더했다. 제구력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타자의 혼을 빼놓는 투구 패턴은 여전히 유려했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36세의 나이에도 171.1이닝을 책임지며 역대 최초 10년 연속 170이닝과 역대 두 번째 통산 2500이닝을 돌파했다.
KIA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무대에 자력으로 진출했다.
양현종은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5회부터 구속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6회에는 140km/h를 넘기는 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5.1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5차전에는 홈런만 세 방을 허용하며 2.2이닝 4피안타(3피홈런) 1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야속하게 흘러간 세월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타선이 야금야금 점수를 얻어내며 양현종의 패전을 지웠고, 6회 김태군의 1타점 내야안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8회 박찬호의 쐐기 1타점 적시타까지 나왔고, KIA는 7-5로 시리즈 마지막 승리를 얻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양현종의 성적은 8이닝 7실점 5자책이 됐다. 성적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최대한 마운드를 지키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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