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발음이 외국인에게 찰지고 재밌게 들려
◆'강남스타일'처럼 B급 정서가 유효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B급 한국 정서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한 신곡 '아파트(APT.)' 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발매된 '아파트(APT.)'는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로 시작해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로 이어지는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특징인 곡이다.
K팝 아티스트가 북미, 유럽권 음악 차트를 휩쓰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지만 '아파트' 신드롬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비견될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아파트'의 성공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음악평론가와 대중문화평론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첫째, 한국어 발음에 대한 흥미로움이다. '아파트'라는 한국어 발음이 외국인들의 귀에는 찰지고 재미있게 들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로제의 SNS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파트'를 'APATUE' 혹은 'APATEU' 등으로 표기하는 글로벌 팬들을 볼 수 있다. 이를 한국식 발음으로 따라 하는 커버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또한 "하루 종일 밤새 APT" "하루 종일 멜로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등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사운드를 매력으로 꼽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투데이에 "곡 자체가 한 번 들으면 거의 외워질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며 "우리가 술게임에서 하는 내용들을 가사로 가져오고 박자도 거의 비슷하게 하는데 우리가 게임 문화에서 놀이식으로 하는 가사나 박자들이 굉장히 중독성이 있다. 우리가 '디비디비딥' 한 번 하고 나면 계속 머릿속에 남듯이 곡 자체가 주는 중독성이 크다는 게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낚아챈 부분이 컸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블랙핑크는 지금까지 세계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다. 최근에 완전체 활동 대신 솔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지 않나. 그래서 로제가 곡을 발표한 것에 주목을 받은 면이 있다"며 "거기에 더해 브루노 마스라는 세계적인 팝스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건 기획적으로만 봐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도 '아파트' 열풍은 음악 자체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브루노 마스는 세계적인 스타"라며 "글로벌 팬들 입장에서 로제를 모르더라도 브루노 마스 덕분에 좀 더 노래에 반응하는 게 아닐까"라고 분석하면서도 제니의 솔로곡보다 로제의 솔로곡이 더 인기를 끈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같은 그룹 멤버 제니의 '만트라(Mantra)'가 글로벌 인기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으나, 로제의 '아파트(APT.)'가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임 평론가는 "소비자 층을 봤을 때 제니의 '만트라(Mantra)'가 여성들이 더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노래라면 로제의 '아파트(APT.)'는 전 세대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어 있다. 수용층이 폭넓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봤다.
둘째, B급 정서가 성공적으로 통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아파트(APT.)'를 통해 12년 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기도 한다. 임 평론가는 "'아파트(APT.)'는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공통점이 약간 B급 정서로 느끼는 것"이라며 "아주 진지하고 정통이라는 느낌보다는 노랫말을 따라가는 재미 등이 대중에 어필했다. 원래 B급이 제대로 미학적으로 확립이 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노래에 움직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강남스타일'처럼 한국말이지만 외국인들의 입에 딱 붙게 따라할 수 있는 그런 가사를 갖고 있고, K팝 팬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기보다는 전 세계 팬들을 향해 나갔던 지점도 '강남스타일'과 비슷한 양상이 있다"고 봤다.
또한 "K팝이 국내에서는 메인스트림이지만 해외에서는 하위 장르 같은 마이너 정서로 받아들여진다. 그 마이너를 대변해 주는 상징으로서 K팝을 보게 되는데 로제의 곡은 누가 봐도 글로벌 팝을 겨냥했다기보다는 로컬 색깔을 많이 띤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 브루노 마스가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마이너한 정서를 갖고 있는 세계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요소"라며 "곡 자체는 대중적이고 누구나 다 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저변이 일반 팬들까지 자연스럽게 아우르면서 신드롬 현상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파트(APT.)'는 국내 1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에서 고루 사랑받는 모습을 보였다. 지니뮤직의 연령별 차트에 따르면 '아파트(APT.)'는 40대와 50대 이상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로제의 '아파트(APT.)'가 큰 인기를 끌면서 윤수일의 '아파트'도 덩달아 재조명 받았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로제가 발매한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일주일 동안 윤수일 '아파트' 스트리밍 건수는 일주일 전보다 190% 증가했다.
'아파트(APT.)'의 전 세계적인 돌풍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는 "이 중독적이고 손뼉을 치게 하는 팝 협업은 지난 18일 발매 이후 미국과 전 세계 모두에서 가장 큰 스트리밍 히트곡 중 하나가 됐다"며 "브루노 마스의 도움이 로제가 블랙핑크 멤버 가운데 솔로곡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직 '아파트(APT.)'가 차트에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며, 29일 공개되는 빌보드 순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