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코미디의 대가' 류승룡이 또 한 번 관객들의 웃음을 사냥하러 온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연출 김창주·제작 로드픽쳐스)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이다.
지난 2022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어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류승룡은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영화는 일반 유료 관객을 만났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전 아직 객관적으로 작품을 못 보고 있다. 찍을 당시 여러 가지 주변 상황들이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못 보고 있다. 찍을 때 몰랐던 CG 부분들은 처음 봤는데 재밌게 잘 나왔구나 싶다"고 말했다.
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인터뷰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당초 다른 제목에서 지금의 '아마존 활명수'가 됐다는 이번 작품에 대해 류승룡은 "'활명수'는 그대로고 '아마존'이 바뀐 걸로 기억한다. 작가님이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양궁의 나라에서 양궁 영화가 없다는 영화적 발상에서 출발한 것으로 안다"며 "거기서 나오는 좌충우돌, 우당탕탕 이런 일들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면서 결국 '내가 가르치러 왔지만 너희를 통해 배운 게 많아'라는 자기 고백적인 부분이 저를 작품에 끌리게 했다. 마음이 넉넉한 원주민 삼인방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대사를 보면서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작품 참여 과정을 밝혔다.
류승룡은 "'아마존 활명수'는 '극한직업'처럼 엉뚱한 코미디보단 생존형에 가깝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리액션들이 많았다. 아주 생경한 장소에 예기치 않은 사고로 떨어졌을 때 발버둥을 치는 모습들이 저는 최선을 다하고, 절규하지만 보는 사람들이 재밌는 상황이길 바랐다"며 "원주민들과 소통하고, 양궁을 가르쳐야 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재밌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후반부엔 결실을 맺으면서 성취와 해소, 공감이 있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장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류승룡이 연기한 진봉은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구박데기다. 진봉에 대해 류승룡은 "아내 수현(염혜란)과 양궁 커플이다. 최종 시나리오에선 삭제됐지만 진봉은 메달을 따야 하는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활을 쏘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면서 양궁을 멀리 하게 됐고, 원망을 많이 들은 인물"이라며 "근데 그러다 보니 전사가 많아졌고, 속도감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전사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지점을 생각하다 지금의 이야기가 됐다. 진봉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이자, 남편이자, 직장인이다. 한국 남자들을 다 획일화할 순 없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잘 안 되지만 치열하게 사는 가장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치열하게 협업을 하고,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긴장을 유지하며 놓치지 않으려는 작업들이 힘들었다"며 "동시에 유쾌함과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공기를 계속 넣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언어부터 여러 가지 부분들에 집중해서 최고를 만들기 위한 과정들을 연구하는 것들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류승룡은 앞서 영화 '극한직업'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등을 통해 '코미디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이어 '류승룡이 나오는 코미디는 무조건 본다'는 공식까지 생겼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킹덤'에서 악역도 하고, 진지한 것도 했는데 유독 코미디로 주목받는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제가 코미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리 진지한 상황에서도 아이러니하게 페이소스가 있도록 웃음을 주고 싶다"며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웃기지도 않은데 웃긴 상황이 되는 거다. 그런 경지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매진하고, 정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중의 기대감이 때론 부담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류승룡은 "연기는 다 어렵다. 쉬운 연기가 없다. 사람들은 다 울면서 태어나니까 눈물 연기나 감정 연기에 공감을 받긴 쉽다. 하지만 웃음은 정말 다 다르다. 웃음 포인트도 지점이 다르다"며 "코미디 연기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면서, 건강한 웃음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전 아직 그런 과정이 어렵다. 어떻게 보면 오버스럽고, 아쉽고, 웃다가 뺨 맞은 사람처럼 무안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을 해봐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제 연기를 보고 위로를 받고,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인터뷰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그런 부담감 속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된 건 빵식 역의 배우 진선규였다. 앞서 두 사람은 영화 '극한직업'에서 형사 동료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류승룡은 "정말 고되고 치열한 작업이지만 진선규가 테라피였다. 진선규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진선규였기 때문에 빵식이라는 역할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와닿았던 것 같다"며 "제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잘 받아준다. 덕분에 애드리브도 많이 쳤다. 진선규도 많이 늘었다. 롤러코스터 안전바 같은 느낌이 있었다. 서로 의지했다. 지난 5년간 진선규의 필모그래피가 어마어마해졌더라. 저도 그 사이 많은 작품을 만났다. 그 시간을 뛰어넘어 만났는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엄청난 시너지가 됐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또 다른 핵심 동료는 아마존 출신의 '활벤져스' 시카(이고르 페드로소), 이바(루안 브룸), 왈부(J.B. 올리베이라)였다. 류승룡은 "사실 초반엔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감독님이 말씀이 긴 편인데 그걸 순차통역하니까 온전한 문장으로 전달하기 힘들더라. 그다음부턴 요령이 생겨서 핵심만 얘기하다가, 그다음엔 얘기를 안 해도 알게 되고, 점점 합이 맞아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그 친구들이 진선규나 염혜란의 리액션이 크니까 본인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너희는 멋있어야 한다' '진지해야 한다'라고 했다. 근데 그걸 이해시키는데서 오는 오해도 있었다. '왜 자기들은 하면서 우리는 못하게 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희는 삼인방이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인터뷰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지난해 디즈니+ 시리즈 '무빙'부터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영화 '아마존 활명수'를 선보이게 된 류승룡은 내년에도 디즈니+ '파인', 영화 '비광' '정가네 목장(가제)' 등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중간중간 공격적으로 선물을 많이 준다. 치열하게 일한 만큼,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제가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캐릭터를 만나다 보니 공격적으로 쉬려고 한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예전엔 소처럼 일하다가 과부하에 걸리던 시기도 있었다. 근데 쉬면서 걸었더니 괜찮아지더라. 이번에 '파인'을 같이 한 배우 양세종과도 같이 걷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류승룡은 "다른 작품들도 많이 보려고 한다. 제 직업을 생각했을 때 아이돌은 몰라도 적어도 모르는 배우는 없어야 하지 않겠냐. 흐름도 보고, 관객수도 유추해 보고, 선호도를 보기도 한다"며 "하지만 영화는 관객을 만나는 순간 완성되기 때문에 잘 되는 작품도 이렇게까지 잘 될 거란 생각을 안 했고, 안 될 때도 이렇게까지 안 될 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모든 것은 예상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관객은 신(神)이다. 겸허하게, 다소곳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고 인사했다.
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인터뷰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