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전성기보다 구속은 느려졌지만 노련미가 늘었다. 양현종이 구속을 뛰어넘는 호투를 펼쳤다.
양현종은 23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5.1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등판에 앞서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이 2017년처럼 던져주면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한 바 있다.
양현종은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9이닝 동안 122구를 던져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위력적인 포심과 춤추는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두산 베어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때 KIA는 1-0으로 승리했고, 1-0 완봉승은 한국시리즈 최초의 기록이었다.
7년이 지나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2차전에 출전했다.
그동안 세월은 양현종에게 강속구를 앗아갔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 145km/h, 최저 134km./h, 평균 140km/h의 구속을 기록했다. 5회부터 구속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6회에는 140km/h를 넘기는 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았다. 양현종은 8개의 피안타를 맞았지만 자책점은 1개에 불과했다. 6번의 득점권 위기를 겪었지만, 피안타는 6회 김현준에게 내준 단타가 유일했다. 2개의 볼넷도 모두 득점권에서 나왔지만 후속타자를 전부 범타로 솎아냈다.
느려진 구속에도 평소처럼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을 가져갔다. 총 86구를 던졌고 포심 패스트볼 52구, 슬라이더 24구, 체인지업 8구, 커브 2구를 구사했다.
불같은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36세 대투수는 여전히 광주의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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