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조용필이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회를 전했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20' 발매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최됐다.
이날 조용필은 "다들 이번 앨범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더라. 앨범으로서는 아마 마지막일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규앨범은 2013년 19집 정규 앨범 '헬로(Hello)' 이후 11년 만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로 조용필은 "곡을 많이 만들어봤지만 제 마음에 들어야한다. 근데 안 든다. 만들어놓고 다시 보면 '에라이' 할 때가 많다. 그런 곡이 수백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용필은 "19집은 운이 좋았다. '바운스'가 그 정도 반응이 있을 줄 몰랐다. 평론가 등 몇 명에게 들려줬는데 '헬로'하고 '바운스'가 갈렸었다. '바운스' 같은 경우는 원래 통기타로만 했다.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아서 피아노로 바꿨다. 그러고 나서 발표를 했는데 '헬로'보다는 '바운스'가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찰나' 'Timing(타이밍)' '세렝게티처럼' '왜' 'Feeling Of You(필링 오브 유)' '라'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조용필은 "이달 초까지 녹음했다. 10월 첫 주까지 녹음했다. 한 곡이 더 있는데 그 곡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그 곡은 이 앨범에 참여를 못했다. 조금 성향이 이 앨범 노래들하고 다르다. 이 다음에 내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곡을 하다 보니까 오케스트라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욕심이 나더라. 전자악기로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아쉽다"며 "한 곡 녹음하는데 최고 많이 걸리는 경우가 코러스까지 3시간 정도다. 코러스도 제가 직접 다 했다. '고추잠자리'도 여자 코러스인 줄 아는 분들이 많다. 다 제가 했다"고 했다.
신보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로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호쾌한 전기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했다.
조용필은 "멜로디가 동양적이지 않나. 아쉬운 건 이 곡을 반 키 더 올려서 할 걸 후회를 했다"면서 "TV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가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지 않나. 같이 싸웠던 선수 한 분이 있었는데 끝나자마자 우승자만 비쳐주더라. 2등한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물론 속상했겠지만 그 당시 나 같았으면 '다음에 이길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그런 마음을 작사하신 분하고 만나기로 약속해서 들려줬다.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 어떤 사람이든 이런 마음이 지금 자기의 마음일 수 있다는 글을 둘러둘러 얘기하는 거 말고 직선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사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가수로서 패배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지 않나는 물음에 그는 "곡을 완성했는데 '만족하다' 해서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들어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겉치레 소리가 아니고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 이 정도면 됐을 것 같다 할 때 나는 속으로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시기가 있었다. 92년도에 기자회견을 했을 때 '꿈'이 나오고 난 다음이었다. 방송을 너무 많이 했다. 80년부터 92년 기자회견 전까지 저만큼 TV에 많이 나온 사람이 드물 거다. 그래서 나중에 계속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방송인으로 남지 않을까. 가수인데 게임 프로그램 나오라 해서 나가면 '이게 무슨 가수냐' 싶었다. 거절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콘서트만 하겠다' 선언했다. 그 후가 문제다. 그러고 콘서트를 하면 1, 2년 정도는 객석이 많이 찼다. 그런데 2, 3년 지나면서 객석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라. 90년대 말에는 2층은 없다. 서울은 안 그런데 지방은 2층이 비는 거다. 아니 내가 히트곡이 몇 곡인데. 그때 아마 자신에 대해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조용필은 수록곡에 대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그는 '왜'에 대해 "제가 이 곡만큼 연습을 많이 한 곡은 없었다. 몇 개월을 했다. 가사가 각기 다 달랐다. 여러 버전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잘 만든 가사를 선택해서 녹음을 했다. 창법이라든지, 가성이라든지, 전달력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 써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가장 많이 연습했던 곡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곡을 연습하면서 대충 이 곡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가 판결난다. 또 나한테 어울린다 안 맞는다가 결정이 난다. 하다 못해 스마트폰으로도 녹음해보고 조그만 스피커로도 들어보고 큰 스피커로도 들어보고 계속 들어봐서 가능성은 있다 해서 결국엔 가사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마지막 결정이 난 후에는 그때부터 공격적으로 창법이나 톤이나를 연습하게 된다. 그렇게 과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라'에 대해선 "사실 논란이 있기도 하다. 제가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라' 이거는 콘서트에 잘 맞는 곡일 것 같다. 사실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이 곡은 해야 합니다' 해서 '내가 이 곡을 어떻게 하니. 좀 그렇지 않니?' 듣고 또 듣고 하다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조용필과 3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조용필 형님은 음악 외엔 아무 것도 관심이 없고, 음악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용필은 "2000년대 팬데믹 시절에 집에만 있지 않았나. 그때는 집, 스튜디오, 그렇게만 했다. 그렇게 해도 누구든지 이해를 한다. 근데 (팬데믹이) 끝나고도 그것밖에 없다. 그것밖에 모른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좀 무식한 편이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조용필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수로서 노래하는 걸 좋아해야 되고 음악이 좋아야 되고 장르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들어야 되고 계속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창법이라든지 음성 내는 연습 방법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연구하고 '저 가수는 이렇게 했는데 나는 될까' 바로 시험해본다. 그게 재밌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게 된 저의 동기인 것 같다. 음악은 사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기 때문에 그 표현을 대중한테 가면 대중의 표현이라고 본다. 가사도 마찬가지로 가사를 이쪽에서 써서 불렀지만 결국 그 가사나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옛날에는 그런 걸 잘 모르고 했다. 음악이 좋으니까 하는 것이지 했는데 나이 먹으면서 차츰 깨닫게 되면서 디테일하게 연구하는 편이다.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앞으로에 대해 "계획은 별로 없다. 조금 더 노래를 할 수 있었으면, 목소리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연습을 통해서 스트롱한 목소리가 나왔으면 한다. 제가 지금 감기가 걸려서 쉬었는데 진짜 목소리는 안 그렇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조용필은 56년 음악인생을 돌아보며 "한마디로 도전이다. 해보고 싶었던 욕망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결국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다음에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앨범으로는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 그래도 저는 계속 하고 싶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그만 두겠다. 그때까지 잘 부탁 드리겠다"고 소리 높였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