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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는 본질 망각한 KBO…KS 1차전 서스펜디드 속 실책 세 가지 [ST스페셜]
작성 : 2024년 10월 22일(화) 14:16

사진=DB

[광주=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한국시리즈서 사상 초유의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게임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야구위윈회(이하 KBO)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렀고, 6회초 삼성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0-0으로 시작된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이 KIA 선발 제임스 네일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터트렸다. 네일은 르윈 디아즈에게도 볼넷을 내줬고, 다음 투수 장현식도 강민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 2루 김영웅 타석에서 빗줄기가 굵어졌고, 심판진은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며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삼성은 좋던 흐름이 끊겼다. 반면 KIA는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사진=DB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기에 앞서 KBO는 세 가지 실책을 범했다.

첫 번째로 경기 개최다.

경기 시작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오후 6시경부터 굵은 빗줄기로 바뀌었다.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방수포가 깔렸고,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는 66분을 기다린 끝에 7시 36분 개시됐다.

억지로 시작된 경기에 가깝다. 경기 전부터 광주에는 비 예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오후 6시부터 내리는 비의 양은 심상치 않았다. 기상청의 예보와 비구름 레이더 등을 확인했을 때 경기 진행은 쉽지 않아 보였다. KBO쯤 되는 집단이라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욱 정확한 예보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KBO는 66분을 기다려 1차전을 시작했다.

앞선 비슷한 상황에서 KBO는 경기 취소를 택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과 4차전이 좋은 예다. 이때 KBO는 경기를 강행하기보단 순리에 맞게 경기 순연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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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야구보다 '행사'에 치중한 진행이다.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무려 세 번이나 방수포가 펼쳐지고 빠지길 반복했다. 경기 진행 요원은 최선을 다해 경기를 개최하려고 했다. 이때 한 편에서는 태극기가 깔리며 '식전 행사'를 준비했다.

이후에도 비 예보가 내려진 상태고, 경기 강행을 결정했다면 최대한 빨리 시작했어야 했다. KBO는 '오프닝 행사를 최대한 압축·단축해 진행한다'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뒤에야 경기가 시작됐다.

KBO의 입장도 이해할 순 있다. 한국시리즈는 한 해의 가장 큰 축제이며, 그중 1차전은 관심도가 제일 높은 경기다. 어렵게 다양한 귀빈을 모셨을 것이며, 1차전이 취소된다면 귀빈들을 다시 소집하기 곤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야구'다. 최소한의 행사만 진행했다면 조금이라도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방수포가 치워지는 도중 깔리는 태극기는 한 편의 촌극이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경기가 5분 일찍 시작했다면 최소한 6회초는 마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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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서스펜디드 시점이다.

위의 두 가지 문제가 맞물려 1점 차 6회 무사 1, 2루라는 상황에서 경기가 멈췄다.

유불리가 명백하다. 삼성의 손해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삼성은 홈런 이후 무사 1, 2루로 상승세를 탔다. 김영웅 타석 장현식의 초구가 다시 볼로 들어갔다. 대량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또한 호투하던 원태인을 강제로 마운드에서 내려야 한다. 원태인은 5이닝을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투구 수도 66개밖에 되지 않았다. 경기 일정이 하루 밀리며 원태인과 삼성의 계획이 꼬였다.

KIA는 기회를 얻었다. 선수들은 사실상 한국시리즈 2차전을 치르는 셈이다. 흥분과 긴장을 덜어내고 서스펜디드 게임에 임할 수 있다. 삼성의 흐름이 끊긴 것은 덤이다.

어떻게든 삼성이 6회초 공격을 마쳤어야 했다. 아니라면 5회가 끝난 뒤 경기를 멈추고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6회초 무사 1, 2루라는 시점은 너무나 가혹하다.

사진=DB


2024 KBO 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중을 돌파, 역사상 최고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포스트시즌 소득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도 짙다. 허구연 총재는 ABS 도입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야구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 부재, 일방적인 강행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운'이 좋았기에 큰 탈 없이 올해 정규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이번 KBO의 실책은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와 팬이다. 한 번의 결정으로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 선수들은 흐름이 끊긴 가운데 더블헤더에 가까운 경기를 치러야 하고, 팬들은 행복해야 할 직관 경험을 망쳤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한편 양 팀은 23일 오후 4시부터 1차전 경기를 재개한다. 22일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그라운드 사정과 비 예보로 취소됐다. 1차전이 오후 5시 30분 이전 종료되면 오후 6시 30분 그대로 2차전이 치러진다. 오후 5시 30분을 넘겨서 끝난다면 경기 종료 후 1시간이 지난 뒤 2차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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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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