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이준혁의 연기 자체만으로 눈과 귀가 즐거운 스핀오프 작품이다. '비밀의 숲'을 안 봤어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좋거나 나쁜 동재'(극본 황하정, 김상원·연출 박건호)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스폰검사라는 오명과 지난 날의 과오로 앞날이 깜깜해진 청주지검 서동재(이준혁) 검사가 재개발, 여고생 살인 등의 사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총 10부작으로 17일 3, 4회가 공개됐다.
작품은 번번이 승진누락되는 서동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 앞에 눈치 없이 속을 박박 긁는 후배 조병건(현봉식) 부부장검사의 등장과 자신 앞에 주어지는 단순 사건들은 서동재가 어떤 인물이며,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깔끔한 도입부다. 또한 단순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는 등 검사로서의 촉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비밀의 숲'을 보지 않았어도 서동재란 인물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도록 초반부에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위의 교통사고와 연관돼 '행복식당' 사건을 해결하던 중 이경학(김상호)이 살인은폐를 위해 자신을 죽이려 하자, 살기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온갖 설득을 시도하는 서동재의 모습에서 블랙코미디 요소도 담고 있다. 멋있다가도 어딘가 짠내가 느껴지는 캐릭터성이 드러난다.
이런 식으로 서동재를 시청자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작업은 3회까지 이어진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전개에서 주요 인물인 남완성(박성웅)과의 관계성도 놓치지 않는 촘촘한 구성을 보인다. 서동재는 과거 남완성으로부터 무심결에 지방에 있는 땅을 받았는데, 현재는 재개발로 땅 값이 수백 배로 불어나 '모범검사'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 때문에 서동재는 검사로서의 양심을 버리고 임대업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질 정도로 내적갈등을 겪는데, 남완성은 서동재에게 줬던 땅을 다시 가져오려는 계획을 세우며 서동재와 진흙탕 싸움을 예고한다.
이렇듯 이준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서동재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며 날아올랐다. 깔끔한 슈트와 포마드 헤어스타일 때문에 마냥 차가운 도시남자일 것 같지만, 은근한 인간미를 발산하는 서동재 그 자체로 열연했다. 박성웅, 현봉식과의 케미는 두말할 것 없고, 여기에 사무실의 막내 검사 성시운 역의 백선호, 돈 가방을 숨긴 의문의 여고생 임유리 역의 최주은 등 신예들과의 호흡도 돋보였다. 이준혁으로 본편에 뒤지지 않는 제대로 된 스핀오프 한 편 해낸 느낌이다.
또한 박성웅은 영화 '신세계' 등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카리스마의 악인으로 돌아왔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처럼 묵직한 존재감과 함께 이준혁과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몰입감을 선사한다. 조사실에서 아들 남겨레(김수겸)를 좋게 타이르다가도 소리를 지르며 추궁하는 모습, 서동재 검사나 형사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 등 박성웅이기에 가능한 노련한 악인 연기가 흥미를 자극한다.
한편 4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여고생 살인사건이 전개되며 앞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보인다. 살인도구로 쓰인 남완성 소유의 총의 행방, 살인사건의 배후, 그리고 마약 '퍼플'이 다시 청주에 풀리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 등 남은 6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