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2002년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가 생각나서 올라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그때 패배를 꼭 설욕하고 싶다"
'엘린이' 출신 임찬규(LG 트윈스)가 벼랑 끝 상황에서 출격한다.
LG는 1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과의 경기를 치른다.
삼성이 2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전적 2승 무패로 앞서 있다. 플레이오프는 5선3선승제로 펼쳐지며, 삼성이 1승을 더하면 그대로 시리즈가 종료된다.
LG 입장에서 경우의 수는 '전승' 단 하나다.
역대 5선3선승제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이후 3차전에 돌입한 경우는 총 18번 있었고, 이 중 3팀이 3연승으로 '역스윕'을 만들었다. 확률로 환산하면 16.7%가 된다.
기적을 쓴 팀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상대 쌍방울 레이더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상대 두산 베어스), 작년 kt wiz(상대 NC 다이노스)다.
LG는 네 번째 역사를 쓰려 하고, 그 선봉장으로 임찬규가 나선다. 임찬규는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출전해 2승 무패 11.1이닝 2실점 8탈삼진 평균자책점 1.59로 맹활약했다.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준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올해 전까지 임찬규는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6.52로 약했다. 유일한 승리 또한 구원 등판으로 거둔 승리였다.
'평상심'으로 그간 새가슴 이미지를 지웠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 후 임찬규는 ""가을에 제가 그동안 실패했던 게, 올라오는 감정들 그대로 시합에 나갔는데 역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최대한 정규시즌처럼, 정규시즌이 좋았기 때문에 최대한 정규시즌처럼 한다는 마인드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임찬규의 목표는 2002 한국시리즈의 복수다. 임찬규는 "제가 어릴 때 LG 야구를 보면서 2002년 삼성과 경기가 생각나서 올라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그때 패배를 꼭 설욕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002년 LG는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공교롭게도 지금처럼 1승 3패로 몰린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을 치렀고, 8회까지 9-6으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9회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 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이 나오며 무릎을 꿇었다.
완벽한 복수를 위한 판이 깔렸다. 이제부터 LG는 모든 경기가 엘리미네이션 게임이며, 대역전을 위해서는 임찬규의 호투가 필수적이다.
임찬규는 정규시즌에 삼성 상대로 2경기 무승 1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4월 23일 대구서 5.1이닝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고, 8월 1일 잠실서 5.1이닝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삼성 타선은 2경기에서 8홈런을 때려내며 LG를 압도했다. 장소가 잠실로 바뀌어 장타 걱정은 덜었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런 피칭이 필요하다. 임찬규는 준플레이오프서 총 10안타를 맞았고, 이 중 장타는 하나도 없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와 같은 피칭이 필수다.
경계 대상은 김지찬과 윤정빈이다. 김지찬은 임찬규 상대로 7타수 3안타 타율 0.429로 강했다. 윤정빈은 임찬규와 4번 맞붙어 1안타와 볼넷 3개를 골라냈다. 김지찬은 부동의 리드오프고, 윤정빈은 1차전처럼 2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를 막지 못하면 플레이오프 2경기서 5안타 3홈런을 터트린 르윈 디아즈 앞에 주자를 깔고 승부해야 한다.(디아즈 PO 타율 0.833 장타율 2.500)
임찬규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에 좋았던 적이 없었다. 이제 가을의 시작이고, 올해는 터프한 경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이어 다시 엘리미네이션게임에 등판한다. 임찬규가 2002년의 복수를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