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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변요한, 다리 수술+산소통까지 들며 불태운 연기 혼 [인터뷰]
작성 : 2024년 10월 11일(금) 09:51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변요한 / 사진=TEAMHOPE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초반 4회까지 너무 많이 맞았어요. 일반적인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입장으로서 살면서 한 대 맞기도 힘든 세상인데 그 친구(고정우)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죠. 무천마을에 가서 어머니 정금희(김미경)를 봤을 때도 굉장히 슬펐고, 아버지들한테 맞을 때도 많이 힘들었고 또 보영이(장하은)를 발견했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이제 어느 순간에 호흡 곤란이 와서 산소통을 들고 찍었어요. 산소를 마시고 들어가서 다시 촬영하고 산소를 마시고 들어가서 다시 촬영을 하곤 했었죠. 혼자 들어가 있을 때는 산소통이 필요했는데 노상철(고준)이 같이 있을 때는 또 의지가 되더라고요."

배우 변요한은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연출 변영주)을 촬영하며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이같이 밝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히트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각색해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살인 사건의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10년간 복역한 후 세상밖으로 나온 고정우에게 돌아오는 건 참담한 현실이었다. 산소통까지 들어야 했을 정도로 변요한에게 이번 작품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변요한은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그 당시 제가 '그녀가 죽었다'라는 작품을 찍고 있었는데 제가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봤다. 그리고 책을 봤을 때 처음에는 선뜻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어려운 생각이 들었다. 제가 100% 다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겪었던 어떤 트라우마들, 상처들을 제가 연기를 하면서 표현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원작 소설 속 주인공 토비아스 자토리우스와 한국의 정서를 담은 고정우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며 "아무 장치가 없었다. 대본을 봤을 때도 아무 장치가 없었고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었고 사회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약자, 약자라는 표현도 제가 사실 조심스러운데 약자가 돼버렸다"며 "그들의 말은 누구도 듣지 않고 그들의 말의 힘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편에 서서 한번 다가가고 싶었다. 제가 갖고 있는 되게 얕은 어떤 감정과 보잘것없는 몸뚱이지만 좀 던져서 표현하고 싶었다. '이 결승전까지는 어떻게 될까? 희망이 있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끝났지만 변요한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남아있었다. 그는 "고작 6개월, 7개월 찍었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을 제가 감히 안다고, 조금이라도 표현했다고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정말 딜레마의 연속이었고, 보셨다시피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대사가 '감사합니다' 밖에 없다. 힘이 없는 주인공 대사가 '감사합니다' 말고 없지 않나. 그 말이 습관화가 돼 있는 사람이 돼버린 그 모습이 연기하면서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배우분들이 워낙 훌륭하고 멋지게 적대자 앞에 서 있으면서 고정우를 지켜준다는 감정을 받아서 그것만으로 되게 감사하게 촬영을 끝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정우, 그리고 엄마 아빠, 현수오, 노상철 심플한 얘기지만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변요한 / 사진=TEAMHOPE


변요한은 이번 작품을 통해 '왜 변요한인지'를 증명했다. 오로지 묵직한 연기로만 승부수를 띄운 이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초반 2%대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며 8.8%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변요한은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며 "아주 초대박 작품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실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 홍보 차 유튜브 채널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프로모션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했던 이유에 대해 "이 작품이 예능에 나가서 희희낙락할 수는 없는 진중한 작품이었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옛날 감성이긴 한데 그렇게 가고 싶었다. 그리고 저희가 열심히 한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자신감 안 가지면 누구 새끼겠냐. 저희 작품이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과 변영주 감독을 믿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준과의 '브로맨스' 케미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변요한은 "베스트 커플상 받을 수 있으면 너무 좋다"고 화답하며 "사실 고준 배우님과 촬영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사를 보니까 '초반에 친하지 않았다'더라. 당연히 역할 때문에 기운을 교류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준은) 너무 따뜻했던 파트너였던 것 같다. 생긴 건 바위 같고 마음은 소녀라고 본인이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웃음), 저한테는 끝날 때까지 '노 팀장님'처럼 보였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런 인연을 만난 것 같아서 굉장히 반갑고 어색하기도 하고, '이렇게 서로 좋아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어려운 감정이 든다. 만약에 베스트 커플상으로 정점을 찍어주신다면 영원히 함께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준에 대해 "형님은 되게 여리시다. 사람으로서 여리기 때문에 작품에 임했을 때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거다. 나이는 저보다 훨씬 많으신데 그 마음을 오랫동안 갖고 있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유약해 보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굉장히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눈높이에 맞춰서 후배들하고 다 소통도 가능하고 그게 형이 살아온 인생의 뿌리인 것 같다. 그 눈에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래 보고 싶은 파트너라고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변영주 감독에 대해서는 "터프하시다. 처음 보는 리더십이었다"며 "처음 느껴보는 기질,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였다. 굉장히 터프하셨고 그러면서 연출로서 가져야 되는 어떤 섬세함, 그리고 경험이 많으시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삶의 경험도 많고 영화에 대해서 끝없이 공부하신 분이시고 장르 자체를 초월하는 분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작품 '사마귀'에 되게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 현장에서 변요한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우'로 봐줬다며 "나중에는 요한이라는 이름이 듣는 게 어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변요한 / 사진=TEAMHOPE


그런가 하면 변요한은 수상 여부에 대해 "사실은 MBC에서 찍은 감독님들이 다 배우들을 아끼실 거다. 배우를 아껴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들고, 받으면 좋지만 안 받아도 괜찮다. 이미 저는 마음속으로 받았다고 생각한다. 고정우에게 이미 상을 줬다고 생각하고, 우리 신인 배우들에게 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그 친구들이 연기 더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원래 상 욕심이 많긴 하다. 없으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작품을 대표해서 받는 상이기 때문에 이런 마음도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변요한은 "저는 온오프가 확실하다. 그런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달랐다"며 "내 일상을 망칠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뭔가 이렇게 남아 있다. 저한테 고정우는 이제 빠져나갔는데 고정우를 매주 보니까 저 당시에 너무 힘이 없어 보이는 거다. 마음이 너무 무너져 보이는 상태라 걱정이 됐다.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역할에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현실에서 고정우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약자 편에 서는 DNA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며 "갈등이 일어나는 순간은 저 때문은 아니었고 늘 대상보다 약한 사람 때문에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서도 최대한 지켜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촬영 전 다리를 다쳐 수술을 했던 것에 대해 변요한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얘기했는데 독립 영화 찍었을 때 다리를 다쳤었다. 수술을 했는데 이제 물리치료를 제대로 안 받아서 뼈가 자란 거다. 계속 신경을 눌러서 '백설공주' 때 원인 모를 통증이 너무 심하게 왔다. 어느 순간에는 걷지도 못하겠더라. 그래서 계속 침을 맞고 했는데 그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반월상 연골염'이라고 그걸 다 제거를 하고 했다. 현장에서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잠을 많이 못 잤다"고 털어놨다.

이어 "밸런스도 이미 깨진 데다가 매일 운동을 했던 사람인데 대본은 새벽이든 아침이든 수정된 부분들이 오기도 하고, 매번 긴장이 돼 있는 상태지 않나. 진짜 부종이 생기기도 했다"며 "그런데 그 상태 모든 것이 저는 고정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픔마저 연기로 승화시켰던 비하인드를 전했다. 현재는 상태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변요한 / 사진=TEAMHOPE


변요한은 올해 영화 '그녀가 죽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까지 스크린, OTT, TV 가릴 것 없이 모습을 비췄다. 그는 "엄청 감사하다. 2024년에 세 작품이 나왔고 다 힘든 시기에 찍었던 작품들"이라며 "열심히 한 작품의 캐릭터와 제 필모그래피, 그리고 그 시기에 최선을 다해서 찍었던 그 감정들이 2024년도에 관객분들을 만나서 그저 감사하다"고 밝혔다.

현재 38세인 변요한은 마흔을 앞두고 "20대, 30대 때는 하고 싶었던 도전 다 해본 것 같다. 뜨겁기도 해봤고 차갑기도 해봤고 연약해 보이기도 해봤고 굉장히 이성적으로 살아보기도 했다"며 "마치 그게 내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100% 답은 내리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많으니까 적어도 40대 초반에는 그냥 사람으로서 제가 행복한 기준은 찾았다. 다행히 배우로서는 어떻게 가야 될지 정리 정도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야 좀 사랑을 알 것 같다"는 변요한은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로 로맨틱 코미디를 꼽았다. 그는 "저는 좀 더 저를 작품에 던지고 싶었고, 그런 장르를 지금까지 선호해 왔던 것 같다. 이제 행복함을 아니까 로맨틱 코미디도 한번 도전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작품 선택 기준으로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같은 작품이다. 내가 좀 힘들고 관객들이 보셨을 때 권선징악이나 주인공이 히어로가 돼서 다 때려 부수고 그런 게 아니라 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늘 선호해 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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