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이 작품이 2년 있다가 나온 작품이라서 종영을 다 같이 봤어요. 떠나 보내자니 벅차고 아쉽네요. 다같이 봐서 그런지 '진짜 끝인가?'란 생각이 많이 들었죠."
배우 이가섭은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연출 변영주)을 마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이가섭은 극 중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의 아들 현건오·현수오 쌍둥이 형제를 연기했다. 고정우의 친구이지만 유약한 성격 탓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형 현건오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동생 현수오 두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1인 2역을 맡은 소감에 대해 "1인 2역이라는 캐릭터가 많은 분들이 해보고 싶어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해보고 싶어도 못하는 역할이기도 했고 캐릭터를 봤을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두려움이 있겠지만 '안 하면 못 배기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현건오·현수오 쌍둥이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안경을 쓰면 건오고, 안 쓰면 수오다. 또 선배님들도 바로바로 알아차려 주셔서 헷갈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건오의 어떤 죄책감과 답답함, 두려움,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박 때문에 내가 할 말을 못하고 있는 심정들에 대한 감정선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연기하기가 좀 까다롭겠다고 생각한 게 한 사건에 대해 두 명이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그걸 좀 다르게 표현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 간극은 있었다고 생각해서 캐릭터를 설명함에 있어서 외적인 오브젝트들, 안경을 쓴다든지 머리를 다르게 한다든지, 의상을 다르게 한다든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손을 떤다든지 이런 움직임들과 건오랑 수오가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오 같은 경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눈을 직접 보는데, 수오는 눈을 회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 또 쌍둥이다 보니까 교집합이 있어야 할 것 같더라. 건오가 어떤 말을 확실히 하고자 할 때 부분과 수오가 확실히 전달해 주고 싶어 할 때의 눈은 좀 비슷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이가섭 / 사진=TEAMHOPE
이가섭은 오랫동안 단편영화를 찍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단편영화 '폭력의 씨앗'(2017)을 통해 지난 2018년 '제55회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 작품, 한 작품 나오면서 개선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보이는 지는 모르겠다. 시청자분들이 저를 보셨을 때 '나쁘지 않은 표현인 것 같다', '그런 배우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감사하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가섭도 변요한과 마찬가지로 극 중 11년 전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교복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교복을 입었을 때 개인적으로 회사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오가 교복을 입었을 때랑 수오가 교복을 입었을 때가 좀 다르더라. 건오가 좀 더 늙어보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을 다른 배우가 했다면 감정선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교복을 입었다"며 "몰입감이 주는 부분에서 교복은 탁월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극 중) 10년 동안 늙지도 않다 보니 후반부에 어른이 되고 나서 오히려 접점이 되지 않았나"라고 이야기했다.
보면서 감탄했던 장면으로 극 중 아버지였던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의 연기와 고정우가 심보영(장하은)의 시신을 발견하고 오열하던 장면을 꼽았다. 이가섭은 "'몰입감이 장난 아닌데?' 했다. 그리고 정우가 보영이 발견했을 때 '진짜 잘한다, 와' 했다. 주변에서 '권해효 선배님 잘한다' '요한이형 잘한다' 이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다"고 떠올렸다.
촬영을 마치고 작품이 공개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배우들 사이는 끈끈하다. 이가섭은 "현장에서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단톡방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모이자고 하면 다 모이고,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선배님들조차 후배들을 어렵지 않아 하고 후배들도 어렵지 않아 해서 융합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저 또한 많이 얻어갔다"며 "사람이 남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배우들이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돼서 종방연 할 때 울컥하고 벅차올랐던 것 같다. '이제 진짜 끝인가?' '자주 못 볼 것 같은데 아쉽다' 이런 생각이었다. 연기적인 부분만 얻어가는 게 아니라 동료로서 얻어가는 게 있었다"고 밝혔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이가섭 / 사진=TEAMHOPE
추리물로서의 매력에 대해 그는 "'범인이 저 사람 같은데?' 그런 반응들이 좋았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것 같다. 서사가 쌓여가면서 보는 저도 궁금한데 혼자서 추리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게 아마 최고의 칭찬이지 않을까 싶다.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좋았던 시청자 반응으로는 "'쌍둥이임?' '1인 2역이야?' 그런 반응이 저는 제일 감사했다. 초반에는 건오라는 인물이 인물관계도에서도 안 나오니까 감사한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가섭은 어떤 작품에서든 '이가섭화' 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이에 대해 "얼굴이 많은가보다"라고 웃으며 "그런데 밖에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예전에 '폭력의 씨앗'이란 작품을 찍었을 때 감독님이 얘기해주셨던 게 '너는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인 것 같다'고 하셨다. 아마 그런 모습들을 봐주시고 계신 건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어 "저를 픽해주시는 분들이 좋다. 많은 경험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이가섭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로 하는 건 '눈에 담긴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륜도 쌓여야 하고 좋은 선배들과 호흡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가섭은 차기작을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 장발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머리를 길러달라고 말씀하셔서 기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마친 현재는 "집에서 휴식을 하려 한다. 가끔씩 테니스 치고 그게 다인 것 같다"고 일상을 소개했다.
또한 "여행도 가끔씩 다닌다. 해외여행보다는 주로 국내다. 맛집을 찾아 떠나는 건 아니고 그 자리에서 있다가 오는 정도다. 어렸을 때는 카페를 많이 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가지는 않고 집에서 커피머신으로 마시는 것 같다. 요즘에는 장례지도사 분께서 책을 선물하셔서 그걸 읽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로 사극을 꼽았다. 이가섭은 해보고 싶은 역할로 "왕은 아니고 무사, 문인 등 그 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을 해보고 싶다"며 "제 생각에 왕은 어려울 것 같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물. 사극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전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이가섭 / 사진=TEAM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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