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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청불 개막작 '전,란'→故 이선균 죽음 향한 울분 [29th BIFF 중간결산]
작성 : 2024년 10월 06일(일) 10:13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故 이선균 / 사진=DB

[부산(해운대구)=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새로운 시도부터 동료를 떠나보낸 영화인들의 눈물까지 부산을 채웠다.

지난 2일 저녁 6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진행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USAN Internaitonal Film Festival, 이하 29th BIFF)가 막을 올렸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 / 사진=팽현준 기자


◆ 최초의 청불 개막작, 넷플릭스 '전, 란'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의 주인공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연출 김상만·각본 박찬욱)이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특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전, 란'을 개막적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개막작 기자회견 당시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후보작으로 '전, 란'을 봤을 때 너무나 재밌게 봤다.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청소년 관람불가는 모험이지만,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의 한차례 답변에도 개막작 선정 배경에 대한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직무대행은 "프로그래머로 20년을 근무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작품을 보게 됐을 때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갈 때가 있다. '이건 꼭 개막작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작품성과 완성도를 앞세운 독립영화들을 개·폐막식으로 선정해 온 바 있다. 이번 '전,란'은 대형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작품으로,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이와 관련해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그동안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왔다. 그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중성을 생각했을 땐 OTT 작품에 관계없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故 이선균 / 사진=DB


◆ '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영화인들의 눈물

올해 부국제에선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故 이선균을 회고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이선균의 대표작 6편(영화 '파주'(2009), '우리 선희'(2013), '끝까지 간다'(2014), '기생충'(2019), '행복의 나라'(2024),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을 상영, 스페셜 토크 행사도 함께 열렸다.

또한 개막식에선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Korea Cinema Award) 수상자로 故 이선균이 선정됐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에 개막식에선 故 이선균 추모 영상이 스크린을 채웠다.

첫 번째 스페셜 토크는 이선균의 유작인 '행복의 나라'로, 배우 조정석, 유재명이 함께했다. 조정석은 이선균과 호흡에 대해 "촬영에 임할 땐 누구보다 집중력이 뛰어나고, 매섭다. 강렬하게 접근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스페셜 토크는 올해로 개봉 10주년을 맞은 '끝까지 간다'였다. 현장에는 김성훈 감독과 배우 조진웅이 참석했다.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조진웅은 행사 말미 마이크를 잡은 뒤 목이 메는 듯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어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은 조진웅은 "계속 기억하겠다. 여러분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 번째 스페셜 토크는 이선균의 인생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였다. 해당 자리엔 김원석 감독과 배우 박호산, 송새벽이 참석했다. "이선균을 추모하는 행사는 이게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김원석 감독은 세상을 떠난 이선균을 떠올렸다.

이어 김원석 감독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달라는 거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범죄도 아닌,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슬리는 상황이었다. 그냥 조금 더 신중하게"라며 "절대 강자는 여러분이다. 특히 배우들은 정말 나약한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그런 사람들을 응징해야 하지 않나"라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원석 감독의 다소 감정적인 태도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해당 자리는 '나의 아저씨'를 사랑하는 팬들이 함께한 자리였음에도, 김원석 감독은 "대중은 스스로 절대 강자임을 알고 있다"는 발언과 함께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 과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개인의 애도와 울분, 안타까움과 별개로 공적인 자리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감정을 앞세웠다는 아쉬움이 더해졌다.

넷플릭스 지옥2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 사진=팽현준 기자, 티브이데일리 DB


◆ 극장 영화와 OTT 시리즈의 공생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작품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넷플릭스 '지옥' 시즌2와 '이별 그 뒤에도'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시리즈로는 총 6편이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GV 행사 등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그중에서도 '강남 비-사이드'는 예매와 동시에 빠른 속도로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외에도 '지옥' 시즌2, '좋거나 나쁜 동재' 등도 매진 행렬을 이뤘다.

무엇보다 OTT 플랫폼 작품들이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는 현시점, 영화계는 이들과 공생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극장 영화를 넘어 OTT 오리지널 영화와 시리즈물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영화의 전당 인근 KNN 타워 전면에는 개막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과 시리즈 '지옥' 시즌2의 대형 래핑 광고가 게재돼 있다.

동시에 일각에선 대형 OTT 플랫폼의 몸집이 커지며 시리즈물의 영향력에 대한 영화제 정체성 우려와 함께 '윈-윈'(win-win) 공생 관계의 발판이라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하여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을 만날 수 있다. 폐막작은 에릭 쿠 감독의 영화 '영혼의 여행'이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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