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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호의 이지뮤직]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트로트 새싹 윤수현
작성 : 2015년 01월 13일(화) 17:56

[스포츠투데이 문선호 기자]'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라는 옛말이 있다. 10년 전 '어머나'로 트로트계에 신세대 바람을 몰고 온 장윤정이 그랬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2014년 여전히 척박한 트로트 시장에 88년생 젊은 신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천태만상'을 발표한 가수 윤수현이다.

2014년 3월 정규 1집 앨범을 발표한 윤수현은 '천태만상'으로 열심히 활동했다. 하지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14년 후반 소속사 '인우기획'이 문을 닫으며 갈 곳 없는 어려움에 처하고 말았다. 장윤정, 박현빈 등 쟁쟁한 트로트 가수들이 포진해 있던 인우기획의 폐업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젊은이로서 트로트계에 도전하기 어려운 건 단지 트로트라는 장르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내공이나 가창력 때문만은 아니다. 서양 스타일의 음악이나 아이돌 음악이 주류로 자리하고 있는 가요계에서 '트로트는 나이든 사람이 하는 구식 음악'이라는 편견 어린 인식이 젊은 트로트가수들을 더 힘들게 한다.


트로트 무대는 방송에서도 심야 시간대에 편성돼 중장년층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이 접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트로트 음악을 갖고 주류 음악프로그램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윤수현은 어린 나이지만 '가요무대'나 '가요쇼'에 나서며 노래를 불렀다. 그는 트로트를 훌륭하게 소화했고, 그가 보여준 가창력은 트로트의 깊이를 제대로 표현했다.

'어머나'로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던 장윤정에 비해 윤수현의 출발은 힘겹다. 어쩌면 트로트계의 입장에서는 장윤정의 경우를 이변이라고 해야 겠다. 하지만 윤수현의 가창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이 사실은 그의 1집 수록곡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번 트랙 '천태만상'은 재밌는 가사로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는 노래다. '요리한다 요리사 소개한다 중계사/파마한다 미용사 간호한다 간호사'로 이어지는 가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천만가지 직업명을 통해 운(韻)을 맞추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매 소절의 끝에 등장하는 '천태만상 인간 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있나'라는 가사는 '이 세상에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결코 천한 직업이 없으며,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노래의 주제의식을 부각시킨다.

앨범 세 번째 트랙 '꽃길'은 장윤정의 '초혼'과 '꽃', '짠짜라', 서주경의 '당돌한 여자' 등을 작곡한 네오 트로트의 선두주자 임강현 작곡가의 작품이다. 정통 트로트보다는 트로트풍 발라드를 떠올리게 하는 이 노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윤수현의 애절한 목소리가 어우려져 '트로트는 촌스럽다'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박살내는 곡이다.

▲가수 윤수현


윤수현의 다채로운 목소리와 창법은 4번 트랙 '사랑아 사랑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노래에서 윤수현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정통 트로트의 꺾기 창법을 소화했다. 9번 트랙 '눈물의 부르스'에서 역시 굵고 얇은 음색을 자유자재로 변용하며 정통 트로트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아아 나를 울리네', '그 음악을 멈추지 말아요' 구절에서는 뿜어지는 트로트의 묘미로 듣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8번 트랙 '그날'은 1983년에 발표된 김연숙의 2집 히트곡 '그날'을 윤수현의 색깔로 새롭게 바꿔 부른 노래다. 원곡의 서글프고 아련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윤수현의 곧은 목소리를 그대로 표현했다. 원곡의 기세에 눌려서일까. 김연숙의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창법을 넘어서지는 못한 듯 이 노래에서 윤수현의 절제된 가창은 원곡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예상치 못한 사정 때문에 어려움 중에 있는 윤수현을 응원한다. 그의 음악적 역량과 가창력은 결코 쉽게 잊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스러져버린 새싹들도 많다. 트로트 새싹 윤수현이 지금의 어려운 풍파를 잘 견디고 한국 트로트계를 책임지는 든든한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문선호의 理智뮤직] 끝.

문선호 기자 ueberm@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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