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병역 기피 논란으로 22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수 스티브유(유승준)가 또다시 한국행이 좌절됐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는데도 비자 발급이 또 거부된 것이다.
28일 유승준의 대리인 법무법인 혁신 류정선 변호사 입장문에 따르면, LA총영사관은 최근 법무부 등과 검토하여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유승준의 2020년 7월 2일(2차 거부처분일) 이후 행위 등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승준에 대한 사증 발급을 다시 거부했다.
지난 1997년 1집 앨범 '웨스트 사이드(West Side)'로 가수 데뷔한 유승준은 '열정', '나나나' 등 히트곡을 다수 발표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2002년 한국 정부는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했으며, 그동안 비자 발급도 거부당했다.
유승준은 2015년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해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 승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LA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2차 소송을 제기한 유승준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LA총영사관이 또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함으로써 또 한국행이 좌절됐다. 이에 유승준 측은 "이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행정청이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고 위법한 처분을 계속하는 것으로서, 유승준에 대한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반발했다. 또한 "많은 고민 끝에 3차 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입국금지결정 자체에 대한 부존재 또는 무효 등 확인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유승준은 관계 행정청이 무리하게 한국행을 막는 이유를 '대중의 여론' 때문으로 봤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가 병역 의무 회피자에 대한 배신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공권력 행사가 '국민정서법'이 아닌 '법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3차 거부 처분은 행정청이 무려 두 번이나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승준은 관광비자로 입국할 수 있음에도 영리활동을 위해 재외동포(F4) 비자를 고집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승준 측은 "입국금지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비자도 발급되지 않는 것이 확고한 실무관행"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간에는 90일 이내 관광 목적 입국은 비자 발급 자체가 불필요하며, 무비자(관광비자) 입국을 시도하더라도 입국금지자는 출입국항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는 게 류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유승준은 지난 2002년 2월 입국금지된 사실을 모르고 무비자 입국을 시도하다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적이 있었다.
류 변호사는 "유승준이 재외동포(F4) 사증발급 신청을 한 것은 다른 사증으로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소의 적법성 자체가 문제될 가능성이 높고, 이 사건은 재외동포의 지위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변호사들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이 한국 입국을 위해 소송을 진행해온 지도 벌써 9년이 흘렀다. 도돌이표와 같은 싸움은 언제쯤 끝이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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