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KIA 타이거즈가 마침내 매직넘버의 마지막 숫자를 지워냈다.
KIA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다만 같은 시각 잠실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4-8로 패하며 매직넘버가 사라졌다.
이번 경기로 KIA는 83승 2무 52패를 기록,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기에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KIA는 1위를 유지한다.
시즌 시작 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악재가 터졌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구단 후원업체로부터 억대의 뒷돈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
KIA는 이범호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이범호 감독은 빠른 속도로 팀을 장악하며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시즌 시작부터 KIA는 1위 싸움을 펼쳤다. 한화의 약진으로 잠시 2위로 물러났지만, 3~4월 10홈런-1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의 활약으로 1위를 유지했다.
방망이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투수진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특히 선발들이 차례로 부상에 신음하며 시즌 아웃됐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윌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한국을 떠났고, 이의리와 윤영철도 각각 왼쪽 팔꿈치와 척추에 이상이 생기며 시즌을 접었다.
리그 에이스로 군림한 제임스 네일의 이탈은 충격적이었다. 지난달 24일 NC전, 맷 데이비슨이 친 총알 같은 타구가 네일의 얼굴로 향했다. 워낙 빠른 타구라 손을 쓸 수 없었다. 네일은 그대로 턱을 얻어맞았고, 부상을 직감한 듯 턱을 감싸 쥐고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
병원 검진 결과 턱관절 골절 소견이 나왔다. 네일은 곧바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동해 턱관절 고정술을 받았다. 시즌 아웃은 물론이고 가을 야구에도 등판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
선발진의 줄부상에도 KIA가 1위를 유지한 비결은 바로 '호랑이 엉덩이의 저주' 덕분이다. 유독 2위만 만나면 강해졌다. KIA는 이번 시즌 2위 상대로 19승 3패 승률 0.864를 기록, 패배를 잊은 경기력을 뽐냈다.
누가 올라오든 2위만 만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그 결과 6월 초 LG에 잠깐 1위를 내줬을 뿐, 12일 이후로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이제 KIA는 한국시리즈에서 V12에 도전한다. 가을야구에도 호랑이 엉덩이의 저주가 발동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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