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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외침, '어른'에게 닿았다…문체부, 제도개선 권고·김택규 회장 횡령 정황 공개 (종합)
작성 : 2024년 09월 10일(화) 12:42

안세영 / 사진=DB

[정부서울청사=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안세영의 목소리가 변화를 불러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중간 브리핑을 통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의 현실을 공개했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203호 브리핑룸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개최했다.

당초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브리핑 일정이 9일에서 10일로 하루 밀렸고, 유인촌 장관은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 참석으로 불참했다, 대신 이정우 문체부 체육정책국장, 김홍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정우 국장은 "오늘은 제도개선 진행 상황과 현재까지 확인된 보조금 관리 및 운영실태 관련 문제점을 중심으로 발표된다. 9월 말 국가대표 관리 쳬계화를 포함해 종합적인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총 48명의 국가대표 중 국제대회 일정을 고려해 22명의 의견을 청취한 상태다. 문체부는 선수단 전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청취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이슈들 역시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정책국장 / 사진=권광일 기자


선수들의 생존과 직결된 후원용품 및 후원금·보너스 문제가 대두됐다.

협회는 유니폼을 넘어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이는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과 복싱이 유일하다. 선수들도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길 희망했다. 문체부는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은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신속한 개선을 위해 협해 후원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후원금과 보너스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부터 전체 후원금(연 361만 달러) 중 20%(연 72.2만 달러)를 국가대표선수단에게 배분되는 규정이 있었으나, 협회는 2021년 6월 이 조항을 삭제했다. 대다수의 선수단이 문체부 의견 청취 중 이 사실을 인지했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했을 시 지급되는 후원사의 보너스 역시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후원금에 대해서는 협회 관계자에게 경위와 후원금 예산의 사용처를 물을 예정이다. 보너스는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다른 종목과 비교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려 한다.

복식 국가대표 선수 선발도 달라질 전망이다. 경기력 100%로 평가하는 단식과 달리, 복식은 경기력 70%와 평가위원의 평가점수 30%를 더해 선발된다. 평가 점수는 2021년 공정성 논란으로 10%까지 축소됐지만, 2024년 다시 30%로 확대됐다. 또한 현재 복식 선발전은 '추첨'을 통해 파트너와 상대 팀이 정해지는 형태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추가 의견을 청취한 뒤, 청소년과 후보선수, 지도자, 전문가 및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남자는 28세, 여자는 27세 이상인 경우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승인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문체부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은 선수의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정책국장 / 사진=권광일 기자


협회와 김택규 회장이 얽힌 횡령·배임 의혹은 더욱 짖어졌다.

2023년 김택규 회장과 김택규 회장이 직접 임명한 공모사업추진위원장(태안군배드민턴협회장)은 용품구입업체(후원사)에 물품을 구입하며, 협회 직원들 몰래 위원장이 후원사에 요구해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다.

실제 수령한 물품은 약 1억 5000만 원이며, 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 후원사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배송하는 식으로 물품이 배분됐다.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는 약 4000만 원 상당의 용품이 배송됐다.

또한 2024년 김택규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 4000만 원 상당의 후원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도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되고 있다.

문체부는 "현재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반이며, 협회의 '기부 및 후원물품 관리 규정' 제6조 및 제7조도 위반한 상태"라면서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미 김택규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고보조금 운영관리지침'에 따르면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협회는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2021년부터 기장(장부 작성) 및 세무조정료 명목으로 약 1600만 원을 지급했다. 문체부는 "보조금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교부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 처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우 국장은 "협회에서 설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을 소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 실무자들에게 보고받은 것으로는 (김택규 회장은) 횡령과 배임에 대한 것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홍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 / 사진=권광일 기자


안세영은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뒤 "대표팀과 같이 갈 수 없다"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부상 이후 관리가 소홀했던 점, 무리한 대회 출전, 복식 선수 위주의 대표팀 훈련 등 그간 담아왔던 속내를 밝혔다.

이어 SNS를 통해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절절한 목소리를 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문체부는 지난 8월 12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사실 문체부의 이번 중간 브리핑은 이례적이다. 시급함보다는 정밀함을 요하는 사항이지만, 중간 브리핑이란 형태로 빠르게 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이정우 국장은 "안세영이 전국체전을 통해 대회 복귀할 예정이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입장은 '선수를 보호해야겠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시일을 당겨보자'는 취지가 있었다"면서 "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이 제기한 문제에 관해서 책임질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것은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 관점에서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세영이 말한 진천선수촌 내 부조리에 대해서는 "예전에 비하면 빨래와 청소 관행은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일부 선수단 내에서 고참이나 주장 같은 경우 캐릭터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최근에도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상태로는 일반화된 관행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22세 소녀의 목소리가 드디어 '어른'에게 닿았다. 안세영은 지난달 16일 입장문을 통해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번 문체부의 조사를 시작으로 협회가 진정 선수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세영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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