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팬들에게 야유보다는 응원을 간곡히 부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4-2-3-1 포메이션의 2선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뛰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대 불운에 시달렸다. 후반 42분 공이 후방에서 한 번에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갔고, 골키퍼까지 체치고 슈팅을 날렸다. 그런데 이 슈팅이 골대 모서리 쪽을 맞고 나왔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먼저 손흥민은 "이기지 못할 때는 누구보다 아쉽다. 누구보다 괴로운 밤이 될 것 같다.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와중에 찬스도 잘 만들고, 안 좋은 부분만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총평을 남겼다.
이어 "상대 팀이 촘촘하게 서서 골을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에 있어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면서 "이제 한 경기를 치렀고 저한테는 남은 경기 동안 매 경기 최고의 경기를 펼칠 기회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팬들은 경기 내내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를 외치며 거센 야유를 보냈다. 손흥민은 "속상하다. 많은 팬들의 입장을 제가 대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한다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리는 게 팀원을 위해서 그런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에 대해서 '선택이 좋다, 안 좋다' 생각하실 수는 있다. 이미 결정된 과정 속에서 저희가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믿고 가야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야유 속에 힘든 경기를 치렀다. 김민재는 팬들에게 다가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어렵지만 사랑 부탁드린다. 김민재같은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되지 않나. 팬과 선수들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좋은 이야기들, 좋은 격려들 해주시면 팬들의 원동력으로 진짜 힘들 때 한 번씩 더 뛸 수 있다. 홈에서 경기하는 때만큼은 저희가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가 상대 팀을 무너뜨리려는데 어떻게 하면 더 큰 도움이 될까. 그것은 선수로서도 팬분들의 입장에서도 곰곰히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감사하겠다.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경기 종료 후 홍명보 감독이 어떤 말을 해줬냐고 묻자 "감독님께서 특별한 말씀보다는, 감독님께서도 쉽지 않으셨을 텐데 한마디 한마디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우신 것 같더라. 선수들에게 '잘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 한마디 하면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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