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이대우 형사가 과거 안타깝게 동료 형사들을 떠나보낸 뒤 살인 용의자에게서 발견한 '흉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9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는 '인질범의 흉터' 편으로 꾸며진 가운데, 지난 2004년 두 형사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뒤 8일 만에 인질범으로 나타난 살인 용의자의 검거 순간을 이야기로 담았다.
당초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던 이 씨를 검거하기 위해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반 소속 형사 심재호 경사와 이재현 순경이 출동했다. 이들은 이 씨의 약속장소인 신촌역 인근 한 커피숍을 향했고, 현장에서 이 씨를 향해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그 순간, 이 씨가 품 안에 있던 칼을 꺼내 두 형사에게 칼을 휘둘렀다.
두 형사는 이 씨의 칼부림에 대항하며 온힘을 다해 붙잡았지만, 급소인 왼쪽 가슴을 두 차례 찔린 심 형사와 아홉 차례나 등을 찔린 이 형사는 안타깝게도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이들의 날벼락 같은 사망 비보 소식은 가족들은 물론 동료 형사들 역시 지금까지도 큰 슬픔과 아픔으로 남아 있다.
두 형사를 무참히 살해한 뒤 도주한 이 씨는 8일 만에 서울의 한 빌라에서 검거됐다. 마지막 검거되는 순간까지도 반성은커녕 자해를 시도했지만, 이 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서부경찰서 강력 4팀 이대우 형사는 그의 검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보고 또 한 번 울분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어깨에 남은 선명한 이빨 자국 흉터 때문. 이대우 형사는 "상의를 탈의한 채 자해로 인한 상처를 치료 받고 있었다. 이 씨의 오른쪽 어깨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멍들어 있더라. 그게 아마 이재현 순경이 칼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이 씨를 잡기 위해서 물어뜯었던 흔적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아홉 번이나 찔렸다고 하는데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잡고 부둥켜안고 이빨로 물어서라도 검거하려고 했던 근성이 오버랩되니까 조금 울컥울컥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아프다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참 패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올랐는데 경찰이고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 되기 때문에 참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꼬꼬무' 출연진들도 이대우 형사의 말을 듣고 "정말 필사적이었구나"라고 감탄하는가 하면, 영상 속 이 씨의 어깨에 남은 흉터를 보며 "정말 입을 다 벌려서 물어뜯은 것 같다" "이 순경의 마지막 흔적" "흉터를 본 형사들은 지난 8일 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토해내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후 법원은 두 형사를 살해한 이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한 결과 무기징역으로 결론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여러 이유들 가운데 유가족들과 동료 형사들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법원 판결문에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씨의 범행 당일 오전에 찍힌 CCTV 영상 속 그가 들고 나온 가방에는 무려 24cm의 회칼이 담겨 있었기 때문. 이와 관련, 이대우 형사는 "흉기를 소지했다는 자체가 '항상 누군가를 찌를 수 있다'라는 미필적 고의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납득하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대우 형사는 경찰의 총기 사용 이슈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할 때 두 형사는 삼단봉과 수갑만 챙겨갔을뿐 총을 가져가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던 것. 이대우 형사는 "총기 사용에 대해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중하고 굉장히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게 사실"이라 내다봤다.
이어 "왜냐하면 총기를 사용한 뒤 '잘했나? 못했나?' 수많은 조사를 거쳐야 하는 시달림, 그래서 오죽하면 '총은 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던져서 맞히라고 했다'라는 영화 대사로 사용될 정도였으니까 총기 사용을 꺼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방송 말미, '꼬꼬무'에서는 20년 만에 이번 일화를 재조명한 이유와 관련해서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찰의 희생과 헌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해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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