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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어셈블@부코페' 한국 만담이 나아갈 길, '빵송국' 이창호·곽범이 캐리했다 [ST리뷰]
작성 : 2024년 08월 24일(토) 21:28

만담어셈블@부코페(위에서부터 빵송국, 유스데스크, 플러스마이너스, 보따)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회

[부산=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만담어셈블' 중 가장 돋보인 한 팀을 꼽으라면 단연 '빵송국'이다. 코미디언 이창호, 곽범의 케미가 돋보였다.

24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에 위치한 부산은행 본점 2층 오션홀에서 '만담어셈블@부코페 -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열렸다.

'만담어셈블'은 메타코미디클럽 소속 코미디언들이 펼치는 만담 공연이다. 이날 스낵타운(강현석, 이재율), 빵송국(곽범, 이창호), 보따(김원식, 조다현), 플러스마이너스(김영구, 김진경), 유스데스크(유영우, 구정모)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났다.

공연 순서는 유스데스크, 빵송국, 보따, 플러스마이너스, 스낵타운 순으로 정해졌다. 가위바위보 결과 유스데스크의 구정모가 혼자서 시작 멘트와 관객의 호응 유도를 맡았다. 구정모는 "어디서 보고 배운 건 있다"며 "오늘 제일 멀리서 오신 분?"이라고 물었다. 손을 든 한 관객이 멕시코에서 왔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관객들과 소통 후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흔히 만담이라 하면 아무말 대잔치를 떠올리기 쉽지만 재치있는 말솜씨를 바탕으로 주제를 갖춘 짜임새 있는 구성, 현실 풍자 등의 요소를 갖춘다. 여기에 연기력과 관객을 휘어잡는 에너지까지, 만담 역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그 코너와 비슷한 면이 많다. 다섯 팀은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만담 스킬로 관객들의 시간을 훔쳤다. 가장 많이 나온 대화 주제는 '부산 바다'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었다. 여기에 단골 소재인 '신체부위 개그', '반전 개그', '일상 공감 개그' 등을 녹여냈다.

특히 가장 눈에 띈 팀은 이창호와 곽범이 팀을 이룬 빵송국이었다. 이창호가 "곽범이 인터뷰 중 '협회가 문제'라고 했다"며 "곽범이 코미디협회도 갈아엎고, 김준호도 몰아내고. 아니라고? 그럼 김대희랬나? 자기가 코미디협회장이 되겠다고 한다"고 하자, 이에 억울해하는 곽범의 반응이 웃음을 자아냈다. '곽범 몰이'로 큰 틀을 갖춘 다음 본격적인 만담이 시작됐다.

이들은 회사 면접을 뒤로하고 '부코페'를 보러왔다는 한 남자 관객의 사연, 소개팅 중 '부코페'를 보러왔다는 동성 커플의 사연, 멕시코보다 먼 북한에서 '부코페'를 보러왔다는 아빠와 아들의 사연을 상황극으로 꾸몄다. 각각의 상황극은 가난한 형편에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와 늦은 나이에도 취직을 못한 자식, 서로의 취향이 아니면 대화가 단절되다시피하는 소개팅 현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자유가 통제된 북한의 현실 등을 풍자했다. 참신하고 기발한 스토리텔링, 공격을 맡은 이창호와 수비를 맡은 곽범의 환상의 호흡이 돋보였다. 여기에 이창호의 풍부한 표현력이 재미를 더했다.

첫 번째 순서인 유스데스크도 풍부한 표현력과 아슬아슬 수위를 넘나드는 개그로 웃음을 유발했다. 시작하기에 앞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구정모의 마이크가 땀으로 젖어 고장이 나는 바람에 마이크를 교체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유영우가 라이프가드라는 설정, 부산 앞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구정모를 인공호흡하는 스토리로 만담을 꾸몄다. 신체부위 같은 관객들이 불편하게 여길만한 요소가 나오면 "관객분들이 불편해하신다"며 멈추는 아슬아슬한 수위 줄타기가 묘미였다.

그 밖에도 보따의 김원식은 이창호와 둘이서 술을 먹었다는 조다현에게 "내가 좋아, 창호 형이 좋아?"를 시전하고, 삐쳐서 밖으로 나가려는 개그로 웃음을 자아냈다. '만담어셈블@부코페'는 가장 한국적인 만담이 무엇인지, 한국 만담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한 공연이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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