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그간 침묵하던 안세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안세영은 다시 한 번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어른들에게 '합리'와 '대화'를 이야기했다.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SNS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과 함께 입장문을 게재했다. 앞서 안세영은 8일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고, 8일이 지난 오늘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안세영은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지난 7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구시대적인 악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세영의 부모는 안세영이 2017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이후 대표팀 막내 생활을 하며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줄을 갈고, 선배 방을 청소했으며, 빨래까지 도맡아서 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안세영 측과 면담을 실시한 뒤 대표팀에 개선 의견을 전달했으나, 대표팀 코치진은 당장 이를 해결할 수는 없고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안세영은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랐다"면서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부상 이후 관리가 소홀했던 점, 무리한 대회 출전, 복식 선수 위주의 대표팀 훈련 등 그간 담아왔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부상 관리에 대해 큰 실망감을 표출한 바 있다.
작심 발언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지만, 안세영을 향한 비판 역시 거세졌다. 입장문에서 안세영은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라는 말 한마디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 순간 아니다,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서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간 안세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을 찾았다. 작심발언 이후 6일 SNS를 통해 안세영은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적었다.
안세영의 발언을 종합하면 지난 7년은 물론, 지금 이 시점까지 안세영의 이야기를 경청해 준 "어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겨우 22세가 된 2002년생 소녀가 올림픽 금메달 기자회견이라는 환경에서 폭탄발언을 전할 수 밖에 없던 이유다.
안세영은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 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현재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안세영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이 있을까.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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