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악플이) 어떤 느낌이냐면 두 손 두 발 묶여서 그냥 계속 맞는 느낌이다."
가수 겸 화가 솔비(권지안)가 지난 2019년 한 방송에 출연해 털어놓은 악플 피해에 대한 심정이다.
솔비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사이버불링을 멈추기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SNS에 "오늘 저는 국회의사당에서 다양한 분들과 사이버폭력 법을 추진하기 위해 토론하는 중요한 자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솔비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과 활동이지만, 더 이상 같은 일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예술을 통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많은 분도 사이버불링법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열린 그룹 전시회 '사이버불링'에 전시한 자신의 작품 사진을 게재했다. 그의 작품 '비욘드 디 애플'은 흘러내리는 듯 녹아버린 사과 부조를 알파벳화 한 작품이다.
특히 "사과는 그릴 줄 아는가"라는 조롱 섞인 악플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불링 등 비방 문화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재해석했다.
유명인들에게 악플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악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솔비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 피해를 겪은 연예인 중 한 명이다.
데뷔 초기에는 익명성에 숨어 "살 좀 빼라"와 같은 인신공격, 성희롱 등 수많은 언어 폭력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지난 2012년 솔비는 한 방송에서 우울증으로 정신과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며 2년 공백기를 가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림은 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갖다 줬지만 비전공자가 미술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선입견과 조롱이 이어졌다.
2019년에는 설리와 구하라를 애도하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당시 솔비는 "10년 전과 지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변화될 수 없었다는 게 참 비통하다. 대한민국의 연예인들은 악플로 인한 고통을 번번히 호소했다. 연예인들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소리 한번 못냈다"며 연예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솔비는 현재 사회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사이버폭력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생존자'라 말한다"며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쯔양 사건'으로 사이버렉카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함께 무분별한 악플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악의적 허위사실 또는 미확인 정보를 포함한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이번 국회 간담회를 통해 사이버폭력으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 통과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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