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백의민족이 아니라 싸움의 민족이 됐다.
12일(이하 한국시각)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이 17일 간의 열전을 끝냈다.
17일 동안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당초 금메달 5개 이상, 종합순위 15위권이 목표였지만,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 덕분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금메달을 기준으로 하면 8위, 메달 합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9위다.
예상 외의 선전은 총·칼·활·발로 대표되는 사격, 펜싱, 양궁 태권도 덕분이다.
'총' 사격은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6개를 챙기며 양궁(금메달 5, 은메달 1, 동메달 1) 다음으로 많은 금메달과 전체 메달을 챙겼다. 박하준과 금지현이 공기소총 10m 혼성 종목에서 은메달을 수확, 한국의 첫 메달을 안겼고,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 반효진(16)은 여자 공기소총 10m에서 금메달을 수확, 하계 올림픽 1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 초반 사격의 기운을 받은 한국은 끝까지 선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사격은 김예지라는 새로운 슈퍼스타도 배출했다. 김예지는 시크한 사격 자세에 이은 소녀 같은 인터뷰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칼' 펜싱은 오상욱을 주축으로 '뉴 어펜저스'의 시작을 알렸다. 펜싱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한국의 첫 금메달과 더불어 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구본길은 마지막 올림픽에서 값진 금빛 찌르기를 선보였고, 박상원과 도경동은 새로운 어펜저스 멤버로 힘을 보탰다. 윤지수와 최세빈, 전하영, 전은혜가 합을 맞춘 여자 대표팀도 사상 첫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활' 양궁은 전통의 효자종목을 넘어 압도적 세계 최강임을 확실히 했다.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 영자 개인전, 남자 개인전 5개 종목을 석권했다. 임시현과 김우진은 3관왕에 올랐고, 남수현과 이우석도 각각 여자 개인전 은메달과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보탰다. 양궁에서만 금메달 5개, 총 7개의 메달이 나왔다. 금메달과 전체 메달 모두 한국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발' 태권도는 꺼져가던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한국 태권도는 지난 2020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로 체면을 구겼다. 3년간 절치부심한 결과 출전한 4명의 선수를 모두 4강에 올렸고,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가져왔다. 태권도 참가국 중 유일하게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금2 동3) 이후 8년 만에 종목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유도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도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한국 유도는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금맥을 캐지 못했다. 12년 만에 금빛 메치기를 노렸지만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허미미를 비롯해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김민종(은메달)과 김하윤(동메달)이 최중량급의 부활을 알렸다. 단체전에선 안바울의 투혼으로 값진 동메달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한편 수영은 메달 3개를 목표로 했지만 동메달 1개로 만족해야 했다.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메달을 차지했지만, 에이스 황선우와 계영 선수단이 단체로 부진하며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외에 배드민턴(금1 은1), 역도(은1), 탁구(동2), 복싱, 근대5종(이상 동1)이 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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