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대한민국 선수단이 한국 체육의 자존심을 지켰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을 꾸려 파리로 향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열대야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 전, 한국 선수단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들이 모두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22개 종목, 142명의 선수들 만이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는 48년 만에 최소 규모였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전 목표로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권을 내걸었는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16위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 선수단은 기대보다 훨씬 더 잘했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8위를 기록했다. 애초 목표했던 것을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한 성적이다.
특히 금메달 13개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금13 은11 동8, 7위), 2012 런던 올림픽(금13, 은9, 동9, 5위)과 함께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메달 30개 이상 획득도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며,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던 1988 서울 올림픽(금12 은10 동11, 4위)과 1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한국 선수단의 메달 행진이 이어지면서 대회 중에도 대한체육회가 애초에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2020 도쿄 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목표치 이하의 성적을 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대회에서의 성과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다.
초반 메달 레이스를 이끈 것은 사격과 펜싱, 양궁이었다.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2012 런던 올림픽(금3, 은2)을 뛰어 넘는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특히 반효진(여자 10m 공기소총)은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 한국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펜싱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효자종목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목에 건 오상욱은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올랐다.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종목은 역시 양궁이었다. 양궁은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사상 첫 5개 전 종목 석권을 달성했다. 임시현과 김우진은 나란히 3관왕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다관왕 선수가 됐다.
배드민턴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금맥을 뚫으며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보탰다.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되찾았다.
대회 후반에는 태권도의 저력이 돋보였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자존심을 찾았다.
이 외에도 유도는 금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탁구도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며 12년 만에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역도 박혜정은 은메달을 선사했다.
복싱에서는 임애지가 여자 복싱 사상 첫 동메달을 가져왔고, 여자 근대5종 성승민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황금세대를 내세웠던 수영은 당초 기대했던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김우민의 자유형 400m 동메달로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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