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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개회식'·'복싱 성별논란'·'탁구채 파손 사건'…파리가 들썩였다 [파리올림픽결산④]
작성 : 2024년 08월 12일(월) 07:30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모습 / 사진=마리옹 마레샬 X 캡처

[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각종 사건 사고들이 발생해 지구촌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7월 26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진 뒤, 막을 내렸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그들의 각본 없는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여러 사건 사고들로 세계인들을 화나게 만드는 일들도 일어났다. 사건은 개회식부터 발생했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지난달 27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센 강에서 열렸다.

개회식에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장면이 연출됐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체포돼 죽음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사도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개회식에서는 긴 식탁 앞 푸른 옷을 입은 여성 주위로 드래그퀸 공연자들이 모여 서 있는 모습으로 이를 패러디했다.

프랑스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다양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였으나, 종교적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가톨릭계의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장면에서 남성 댄서의 성기 일부가 반바지 아래로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남성의 바로 앞에는 어린 여자아이도 함께 공연 중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종교인으로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가톨릭 교구장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 역겨운 조롱 외에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역겹고 경박한 조롱"이라며 전 세계의 가톨릭교도들이 비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아주 개방적인 사람이지만 그들이 개회식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고 본다"며 "개회식에 다양한 공연을 올릴 수 있다고는 해도 그건 정말 형편없는 공연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개회식 연출을 총감독한 티에리 르불 총감독은 "네덜란드 화가 얀 반 비레르트의 '신들의 향연'을 참고했을 뿐, '최후의 만찬'을 조롱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우리가 개회식을 통해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는 '다양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라며 졸리 감독을 옹호하기도 했다.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의 개회식 공연 / 사진=X 캡처

개회식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가 사실상 나체라고 할 수 있는 파란 망사 옷을 입고 꽃과 과일 모형에 둘러싸여 깜짝 등장.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카트린느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표정과 자세로 익살스럽게 자신의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다.

카트린느의 이 공연에 SNS에서는 "창피하다", "올림픽과 무슨 상관이냐" 등의 혹평이 쏟아졌다.

앞서 사전 제작 영상에서 세 명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결혼 행진을 하는 장면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미지상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로 구성된 이들은 한 방에 같이 들어가 서로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고는 외부는 방해하지 말라는 듯 문을 닫아 버린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한 개회식 동영상을 미디어 플랫폼에서 삭제했다. 데일리메일은 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두 삭제 사유와 관련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받은 상처와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마네 칼리프 / 사진=GettyImages 제공

이번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라는 슬로건 아래 치러졌다. 슬로건에 맞게 개회식은 역사상 최초로 야외에서 펼쳐졌고, 친환경과 성평등이 강조됐다. 그러나 성평등과 관련해 또다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른 사건이 있었다.

바로 복싱 선수의 성별 논란이었다. 여자 복싱에 출전한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와 린위팅(대만)이 그 주인공이다.

IOC로부터 올림픽 퇴출 처분을 받은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칼리프와 린위팅이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두 선수를 세계선수권대회 실격 처리했다.

그러나 IOC는 두 선수를 여성 선수로 인정하며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불거졌다.

IOC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밝혔다.

칼리프는 16강전에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를 상대로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승을 따냈고, 8강전과 4강전에서 모두 5-0 만장일치 판정승을 얻어냈다. 지난 10일 열린 양류(중국)와의 결승전에서도 5-0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칼리프는 4강에서 승리 후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면한 증오에 찬 감시의 물결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린위팅 / 사진=GettyImages 제공

린위팅 역시 11일 복싱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율리아 세레메타(폴란드)에게 5-0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린위팅은 경기 후 "나를 지지해 준 모든 분과 복싱 대표팀, 그리고 대만 국민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로써 성별 논란에 중심에 있던 두 선수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는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여자 대표팀 / 사진=GettyImages 제공

드론을 사용해 상대 팀을 염탐한 사건도 발생했다.

캐나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22일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뉴질랜드 대표팀 훈련장에 드론을 띄워 정보를 수집하려다가 발각돼 논란이 됐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캐나다 대표팀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승점 6점을 삭감하고 감독 포함 3명의 코치진에게 1년 동안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캐나다축구연맹에 20만 스위스 프랑(약 3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결국 캐나다 대표팀은 이 사건에 연루된 재스민 맨더 수석 코치와 조지프 롬바르디 전력 분석원을 팀에서 제외하고, 버벌리 프리스트먼 감독에게도 직무 정지 조처를 내렸다.

그러나 캐나다 대표팀은 승점 삭감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생각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와 캐나다축구협회는 승점 6 삭감 징계를 '징계의 불균형'이라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징계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캐나다 대표팀은 승점 삭감 징계에도 조별리그를 3승(승점 3)을 기록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왕추친 / 사진=GettyImages 제공

탁구에서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 탁구의 에이스인 왕추친은 여자 에이스 쑨잉샤와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에서 한국의 신유빈-임종훈, 북한의 리정식-김금용을 연파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딴 이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금메달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사진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왕추친의 탁구채가 파손된 것이다.

탁구 선수에게 탁구채는 무기와 같다. 졸지에 탁구채를 잃은 왕추친은 분노했고, 주변에 있던 코치진이 급하게 왕추친을 말렸다.

왕추친은 "(탁구채가 파손된 순간) 감정이 조금 격해졌다"며 "사진 기자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예비용 탁구채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왕추친은 남자 단식 32강에서 트룰스 뫼레고르(스웬덴)에게 게임 스코어 2-4로 덜미를 잡히며 충격 탈락했다.

이에 중국의 누리꾼들은 "(왕추친 탈락에) 이 사건은 분명히 관련이 있다". "선수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는 등 왕추친의 패인을 이 사건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왕추친은 패배 후 "(라켓 파손은) 경기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 "단지 상대가 정말, 정말 잘했다"고 세계 1위의 품격을 보여줬다.

세계 각국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펼친 만큼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발생했다. 다음 2028 LA 하계 올림픽에선 사건, 사고들 대신 감동적인 스토리로 올림픽이 채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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