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태권도의 자존심 박태준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0위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준은 현재 실력이 쑥쑥 자라고 있는 무서운 신예다. 지난 2월 올림픽 선발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의 장준을 제치고 파리행 티켓을 따내더니 올림픽까지 기세를 이어가 결승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박태준은 고3 때인 2022년 10월 세계태권도연맹(WT)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에서 이미 세계랭킹 1위 젠두비,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델라킬라를 모두 꺾고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1라운드에서 박태준이 먼저 기세를 올렸다. 박태준은 경쾌한 스텝으로 경기 시작 6초 만에 발차기로 몸통을 찌르며 먼저 2점을 따냈다. 경기 중에는 발과 발이 부딪히며 마고메도프가 쓰러지는 상황이 있기도 했다. 마고메도프는 부상으로 인해 계속 힘들어했다. 경기 53초에 박태준은 상대의 감점으로 1점을 추가했고, 발차기로 몸통을 연속해서 적중시키며 내리 4점을 올렸다. 1라운드 종료를 앞두고 마고메도프의 연속된 감점으로 2점을 더 내며 9-0으로 승리했다.
2라운드는 마고메도프가 늦게 입장해 감점을 받아 박태준이 1점을 선취한 채 시작했다. 16초가 지난 시점에서 양 선수는 감점을 받아 박태준이 2-1로 앞서 나갔고, 박태준은 돌려차기로 마고메도프의 머리를 타격해 5점을 추가했다. 박태준은 발차기로 몸통을 맞추며 2점, 마고메도프의 연속 감점으로 2점, 발차기로 몸통을 때려 2점을 더해 13-1로 간극을 크게 벌렸다. 이후 2라운드가 1분 11초 남은 시점에서 마도메도프의 부상으로 박태준의 승리가 확정됐다.
박태준의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8강전이 가장 큰 고비였다. 개최국 프랑스의 기대주 시리앙 라베를 접전 끝에 라운드 점수 2-1(8-5 3-4 5-4)로 제압했다. 안방에서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나오길 바라는 프랑스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 분위기 속 박태준은 2라운드 초반 발차기 도중 오른발이 상대 무릎과 충돌해 다치는 악재를 맞기도 했다.
4강에서는 세계랭킹 1위 젠두비를 라운드 점수 2-0(6-2 13-6)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섰다. 오히려 4강전은 8강보다는 다소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박태준은 한국 태권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울러 2020 도쿄 대회에서 '노골드'에 그친 태권도 종주국 한국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태권도 기준으로는 16년 만이다.
남자 58kg급에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때 이대훈이 은메달을 딴 게 최고 성적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각각 김태훈과 장준이 동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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