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그동안 참아왔던 속내를 밝혔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9위)에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승리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안세영은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무릎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를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실망했다는 것.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쓴소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폭탄 발언의 배경은 무릎 부상 때문이다. 안세영은 "(부상이)생각보다 조금 낫기 힘든 상황이었다. 처음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계속부터 참고 경기를 하고 있었다"면서 "작년 말 검진을 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 올림픽까지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계속 참고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꿋꿋하게 참았다. 옆에서 한수정 트레이너가 계속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대표팀에 대해서 부상을 겪은 상황과 그런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저는 계속해서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저의 기록을 위해 해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앞으로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부상에 대한 판단과 시각차가 갈등을 불러일으킨 모양새다. 안세영은 "준비하면서 올림픽은 정말 이변이 많은 대회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변수 하나까지 생각하고 준비했다. 제가 경기를 쉬지 않고 계속했던 이유 중 하나다. 어떠한 변수도 다 잡고 싶었다.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새벽에도 운동을 해봤다. 모든 순간을 다 대비하고 있었다. 저의 방법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그걸 증명한 순간이 된 것 같아 좋다"라고 그간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위 발언을 조금 더 곱씹어보자. 안세영은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싶었지만, 대표팀과 협회의 안일한 진단으로 가장 큰 리스크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안세영이 큰 실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아시안게임 후, 2-6주간 재활 후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 내용과 다르게 통증이 줄어들지 않아 12월 투어파이널 이후 다른 병원을 방문했다"면서 "(이 병원에서는) 제 슬개건의 부분 파열된 부위가 처음 진단 내용과는 다르게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까지 최대한 유지해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을 나갈 것인지 묻자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게 되는 건 조금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협회에 대한 직언도 서슴치 않았다 안세영은 "제가 생각하기에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다. 선수의 어떤 자격도 박탈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있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다. 저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하나밖에 안 나온 것을 돌아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 폭탄을 맞이했다. 그간 쌓였던 문제에 대해 해명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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