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회관=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29일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먼저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지난 5개월간 여러 논란을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오늘 저는 K리그 팬들의 약속을 저버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 저에게 큰 성원을 보내주신 울산 HD 팬들에게 큰 사과와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저는 울산 HD팬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과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이번 선택이 팬들에게 큰 상처와 실망감을 드렸다는 점에서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직접 사과했다.
이어 "울산 HD 그리고 K리그 팬들에게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도 받아드리고 겸허히 수용하겠다. 실망한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은 제 자리에서 축구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길뿐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부채감을 안고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대표팀 도전 이유도 밝혔다. "지난 7월 5일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집 앞으로 찾아왔고 그와 만난 자리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 이임생 기술총괄은 저에게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한국축구 기술철학 대해 말하며 제 생각을 물었다. 저는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축구 철학, 대표팀 운영 방안, 한국 축구의 기술철학과 관련된 각급 대표팀 연계 방향 등 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은 제 생각을 듣고 대표팀 감독직을 간곡히 요청했고, 저는 밤새 고심한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 한국 축구는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있다. 4년 주기의 월드컵과 아시안컵 성과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을 중심으로 한국 축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경쟁력 강화 전략인 MIK(Made In Korea)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장기적 발전에서 축구의 방향과 체계를 세밀하게 수립하려고 한다"면서 "저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거쳤고, 전무이사로 행정도 거쳤다. 이런 경험을 통해 체계적 유소년 시스템 및 적극적인 유소년 발굴이 A대표팀과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 배웠다. 이후 현장으로 복귀해 K리그 감독으로 중요성도 체험했다. 이러한 경함을 바탕으로 K리그와 동반성장 하는 대표팀을 꾸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대표팀의 발전은 K리그 및 유소년 시스템의 발전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뤄낼 것이다. 그 부분을 이해했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꼈고, 제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부분이 제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내적 동기였다. 존경하는 축구 팬과 국민 여러분. 지금 대표팀은 유레없이 훌룡한 선수로 가득하다. 그래서 대표팀은 체계의 과정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저는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낼 것이다. 많은 분들의 지적과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겸손한 자세로 한국 축구가 전진하는 데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임생 기술총괄이 브리핑을 통해 "5일 경기를 하고 돌아오는 홍명보 감독 집에서 밤 11시에 만났다. 홍명보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홍명보 감독에게 몇 차례 한국 축구와 A대표팀과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 다른 두 명의 외국인 후보자와 달리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고, 이임생 기술총괄과의 면담을 통해 사령탑에 내정되어 논란을 샀다.
박주호 전력분석위원을 비롯해 이영표, 이천수, 박지성, 한국축구지도자협회 등 축구인들도 불투명한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도 갑작스럽게 생각을 바꿔 화제가 됐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자꾸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내 입장은 언제나 같다. 울산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을 수락했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빼앗긴 울산 HD팬들은 분노했고, 홍명보 감독은 뜬구름 잡는 소리를 반복하며 팬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
10일 광주FC전이 끝난 뒤 홍명보 감독은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나는 나를 버렸고,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팬들에게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마음을 바꾼 이유"라고 감독직 수락 이유를 밝혔다. 축구 팬들은 홍명보 감독의 발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도 개입했다. 문체부는 지난 15일 '대한축구협회 운영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는 지 살펴보겠다'며 감사를 시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성명문을 발표하고 특혜 논란 등을 해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면서 "모든 상황을 대비한 규정이 미비했고 전력강화위원회 참석 위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관련 규정을 설명하지 못해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의 임기는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다. 삐걱거리는 시작에도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를 수렁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