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박주호에게 법적대응을 예고했던 대한축구협회(KFA)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인종차별 논란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주호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모두 말씁드립니다'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회 활동 당시 내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했다.
이에 K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호 위원은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했다"며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대응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KFA는 해외파 선수들이 인종차별 당하는 모습에는 침묵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동료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벤타쿠르는 지난달 14일 우르과이 TV 방송에 출연해, "한국인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쏘니(손흥민)?"라고 되물은 뒤 "쏘니의 다른 친척 유니폼을 줄게.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이후 벤탄쿠르는 사과문을 작성했고,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포용하면서 사건이 일단락 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황희찬이 인종차별 발언을 듣는 사건이 터졌다.
황희찬은 지난 15일 스페인 마르베야 훈련장에서 열린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코모 1907과의 연습 경기에서 상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당시 이를 들은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격분함 상대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뒤 퇴장 당했다.
울버햄튼은 유럽축구연맹(UEFA)에 정식 항의서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UEFA는 "UEFA가 주최한 경기가 아니라 조사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에도 KFA는 선수들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나서지 않았다. 반면 프랑스축구협회는 인종차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첼시의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 후 "그들은 프랑스에서 뛰지만, 부모님은 앙골라 출신이다. 어머니는 카메룬에서 왔고 아버지는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하지만 여권에는 프랑스인이라고 적혀 있다"라는 인종차별적 가사로 된 노래를 불렀다.
이를 본 프랑스축구협회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 후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가 부른 노래와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으로 방송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한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디알로 프랑스축구협회 회장은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법적 제소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강경 대응 모습을 보였다.
반면 KFA는 박주호에게는 법적대응을 예고했지만,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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