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약 5개월 간 공석이던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그러나 대표팀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오후 홍명보 감독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에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홍명보 감독이 최적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현재 울산 HD를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임으로 울산의 지휘봉을 내려 놓고,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대표팀 사령탑직은 약 5개월 동안이나 공석이었다. 당장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진행되는 만큼, 감독 선임이 시급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가장 큰 이유는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하고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맡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했고,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 받아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문제는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을 일부 전력강화위원은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한 영상을 게재했는데, 이 영상에는 박주호 위원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을 접하고 크게 놀라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8일 브리핑에서 감독 선임 과정을 전력강화위원회와 제대로 공유했느냐는 질문에 "(전력강화위원회) 미팅을 하게 되면 언론이나 외부로 (내정 사실이)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5명의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느냐'는 동의를 얻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임생 기술이사의 설명은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어야 할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오히려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홍명보 감독이 돌연 마음을 바꾼 것 역시 미스테리다.
홍명보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직후부터 국내 지도자 선임 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당시 "자꾸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홍 감독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내 입장은 언제나 같다. 울산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울산 팬들을 안심시켰고, 지난주 K리그 경기 후에는 시즌 후반기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굳건해 보였던 홍 감독의 마음은 불과 며칠 사이에 바뀌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안했을 수도 있고, 홍 감독 또한 10년 전 대표팀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울산은 현재 K리그1에서 2위에 자리하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다. K리그1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졸지에 수장을 잃게 됐다.
약 5개월이나 시간을 끌며 두 차례나 임시감독 체제를 진행했음에도 축구 팬들이 이를 이해한 것은 느리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최적의 인물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으면 바람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이러한 축구팬들의 바람이 저버려 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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