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하반기에도 우승하겠다"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이가영이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이가영은 7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665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1600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이가영은 1-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윤이나, 최예림과 동타를 이루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파에 그친 두 선수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지난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던 이가영은 약 1년 9개월 만에 다시 승전고를 울리며 시즌 첫 승,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이가영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3타 차로 출발했는데, 웬일인지 부담이 하나도 안 됐다. 그런데 버디 찬스가 왔을 때 정말 안 들어갔다. 참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 리더보드를 보니 다들 많이 따라와서 그때부터 긴장감이 몰려왔다"며 "그래도 '겁먹지 말자'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가영은 또 "첫 우승 이후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항상 목표는 우승이었는데, 1승을 추가했으니, 하반기에도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번 우승의 의미를 전했다.
이날 이가영은 3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첫 홀부터 11번 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가며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사이 유현조, 최예림에게 차례로 공동 선두 자리를 허용했고, 16번 홀에서는 이날의 유일한 보기를 범하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가영은 17번 홀에서 약 6m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키며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윤이나, 최예림과의 연장전에서는 환상적인 세컨샷 이후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가영은 "전반에는 스코어를 몰라서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후반 17번 홀에서 (전광판을 보고) 스코어를 알게 됐다"며 "내게 남은 기회가 2개 홀 밖에 없는데, 무조건 18언더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연장에서는 오히려 긴장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가영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는 "올 시즌 초반 계속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다. 오늘 가족들이 많이 왔는데, 지나간 날들이 생각나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가영은 특히 오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가영보다 2살 위인 오빠는 이가영의 첫 우승 때, 아랍에미리트 파병 중이어서 함께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남매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이가영은 "8번 홀쯤에서 오빠가 온 것을 봤는데 힘이 됐다"며 "오빠와 어릴 때 많이 싸웠지만 크면서 사이가 좋아져서 돈독하게 지낸다. 힘들 때마다 오빠의 조언 덕분에 힘이 나고 자신감을 찾는다. 어제도 '미녀 골퍼 이가영, 네가 최고다'라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손가락 부상을 극복하고 거둔 우승이라 더욱 뜻깊다. 이가영은 "두산 매치플레이(5월) 주에 떨어지는 물건을 줍다가 손가락이 부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골절이라고 하더라. 4주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관리를 잘 하진 못했다. 4주 동안 경기를 계속 하다 보니 뼈가 벌어져서 붙어서 아직 통증이 조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시즌 첫 승을 수확한 이가영은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이가영은 "하반기에도 대회가 많이 남았다. 남은 대회에서 2승을 목표로 하겠다"면서 "(우승이 욕심나는 대회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다. 맥주를 마시는 우승 세리머니가 특별해서 욕심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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