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결국은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협회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내일(8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하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벤투 감독과 결별한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4년을 함께 할 감독을 찾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력과 리더십 등에서 의문부호가 붙어 있는 인물이었다.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도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재임 기간 내내 재택 근무 논란, 무전술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이 끝난 뒤인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대한축구협회는 막대한 위약금을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됐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는 차기 감독 선임 예산 편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기 감독을 찾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차기 감독 선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홍명보 울산 감독 등 K리그 무대의 국내 지도자들이 후보군에 올랐지만, 막 시즌을 시작한 K리그 팀들에게서 감독을 빼 오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3월 A매치 2연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3월 A매치 기간이 지난 뒤에는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등 외국인 감독들이 차기 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특히 마시 감독 과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마시 감독과의 계약에 실패했고, 마시 감독은 한국이 아닌 캐나다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은 3월에 이어 6월 A매치 2연전도 김도훈 임시감독 체제로 소화했다.
6월 A매치 2연전이 끝난 뒤에는 대한축구협회가 다시 국내파 지도자로 눈길을 돌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러한 와중에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었던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밝히고,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 외국인 사령탑들이 다시 후보군에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돌고 돌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된 인물은 국내파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직후부터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됐던 것을 생각하면 지난 5개월 동안 뺑뺑 돌았다가 다시 홍명보 감독으로 돌아온 셈이다.
홍명보 감독은 현재 국내 지도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획득을 이끌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지만 최근 울산을 이끌며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내 현장과 행정에 모두 능통한 것도 장점이다.
다만 홍명보 감독이 울산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울산은 졸지에 사령탑을 잃게 된다. 현재 울산은 11승6무4패(승점 39)로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선두 김천상무(11승7무3패, 승점 40)와의 승점 차는 단 1점이다. K리그1 3연패를 향한 항해를 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선장이 배를 버리고 떠나게 되는 격이다. 또한 울산은 2024년 클럽월드컵 출전도 확정 지은 상황이었다.
축구팬들의 여론이 어떨지도 불투명하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능력 있는 외국인 사령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약 5개월 동안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에 대해 좋은 반응이 나올 리 없다. 특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불만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이번 감독 선임이 정몽규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명보 감독 내정이 혼란에 빠져 있는 한국 축구에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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