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선호 기자]1996년 1월 6일. 대한민국 가요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그리고 2015년 1월 6일. 19년이 지난 지금도 고인을 잊지 못하고 故 김광석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김광석은 떠나갔지만 떠나가지 않았다. 그의 노래는 대한민국 가요계와 대중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이등병의 편지'나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김광석은 포크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던 노래들을 불렀다. 특히 그의 히트곡 '서른 즈음에'는 서른을 앞둔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사와 담담한 멜로디로 여전히 감동을 선사한다.
김광석은 단순히 음악을 했던 가수가 아니다. 그는 하나의 문화다. 2013년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김광석의 공연 장면이 삽입된 바 있으며, 서울 신촌에는 '서른 즈음에'라는 술집이 여전히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그의 영향력은 옛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로이킴이나 김필 등 젊은 가수들 역시 김광석에게 음악적인 영향력을 지대하게 받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김광석은 그의 생존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김광석 4집 '네 번째' 리마스터링 앨범 음악감상회'의 사회를 맡은 류근 시인/CJ E&M 제공
김광석은 1984년 명지대 재학 시절 김민기와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제대 후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을 결성해 음악 생활을 이어가던 고인은 1989년 10월 솔로 1집 앨범을 발매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역량을 확인했다. 1991년에 발표한 2집에는 '사랑했지만'과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수록돼 큰 인기를 누렸고, 1992년에 발표된 3집에서는 고인이 직접 작사와 작곡을 맡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음악적 역량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자 그가 남긴 마지막 정규 앨범인 4집 '김광석 네 번째'에는 주옥같은 명곡들이 담겨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일어나'는 용기를 주는 가사와 김광석의 힘차고 굳센 목소리가 어우러져 듣는 이들을 격려했고,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회귀'는 시대의 아픔을 담아냈다. '서른 즈음에' 역시 이 앨범과 함께 발표됐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여행 프로그램의 씨엠송으로 사용할 곡을 만들어달라는 방송국의 부탁을 받아 고인이 직접 작업한 곡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김광석 노래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쾌하고 발랄한 편곡과 경쾌한 고인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고인의 동료인 류근 시인은 "고인 역시 '이 노래를 들으면 여행을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류근 시인이 가사를 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역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음악팬들의 마음을 울린다. 이 노래는 류 시인이 쓴 가사를 접한 김광석이 어느 날 갑자기 "가사에 맞춰 곡을 썼으니 와서 들어보세요"라고 말하며 시인에게 들려준 곡이라고 한다. 담담한 듯하면서 가사와 목소리에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 노래에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너무 아픈 사랑을 잊지 못해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는 화자의 마음이 잘 묻어난다.
이렇게 총 네 장의 정규 앨범과 두 장의 리메이크 앨범, 두 장의 라이브 앨범을 남기고 고인은 떠났다. 그러나 그를 기리는 후배들은 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대학로 학전에서 모여 '김광석 노래부르기' 공연을 열어 고인을 추모하고, 또 다른 동료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광석 오마쥬 앨범'을 발표하며 고인의 노래를 기억한다. 故 김광석. 그는 19년 전 오늘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가 그를 기억하며 그의 노래를 부르는 한 그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문선호의 理智뮤직] 끝.
문선호 기자 ueberm@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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