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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이제훈의 투영 [인터뷰]
작성 : 2024년 06월 24일(월) 07:53

탈주 이제훈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이제훈은 '탈주' 속 규남을 통해 자신을 봤다. 꿈과 열정, 그 순수한 단어들만으로 달려온 이제훈이다.

영화 '탈주'(연출 이종필·제작 더램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담고 있다.

지난 2020년 영화 '도굴' 이후 오랜만에 극장 개봉에 나선 이제훈은 "이렇게 큰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까 매우 떨린다"며 "극장에서 결과물을 좋은 사운드로 듣고, 보니까 홍보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무대 인사도 최대한 돌 수 있는 만큼 돌아서 관객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나리오와 첫 만남에 대해 이제훈은 "이 작품이 스크린으로 보여게 된다면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영화 잘 봤다'라고 웃으면서 나오지 않을까에 대한 기분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기분을 느끼기 위한 작품을 글을 통해서 봤는데 연기와 영상을 통해서 만들자는 목표의식이 분명하게 생겼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시간 남짓한 이야기를 극장 안에서 보는데 직선적으로 가는 영화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더라"며 "추격 액션극답게 긴장하면서 보는데 규남이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응원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싶어 지더라. 그 목표 하나로 많은 스태프들과 정성들여서 이 작품을 만든 것 같다"고 회상했다.

탈주 이제훈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훈이 연기한 규남은 또 다른 꿈을 위해 탈북을 꿈꾸는 인물이다. 그는 번번이 닥쳐오는 현실의 위기 속에서도 오로지 '내일'을 꿈꾼다. 그런 규남에 대해 이제훈은 "이 캐릭터 자체가 지향하는 목적이 분명하고, 타협이 없다.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 있었다"며 "규남이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캐릭터 자체가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들고, 먹을 것도 풍족하지 않을 것 같아서 스스로 계속 (외적으로) 말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극단적으로 식단 조절까지 했다.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쓰니까 머리가 핑핑 돌더라. 당분을 섭취하면서 스스로 정신이 들게끔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또한 이제훈은 "제가 조금 더 기술적으로나, 연기를 잘해서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그렇게 갈아 넣지 않으면 규남이라는 인물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한계에 몰아붙이려고 했다"며 "매 컷마다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저 역시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목표 지점이 분명했다. 찍어야 하는 시기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후회 없이 온전히 저를 다 던지려고 했다. 이만큼 한계에 몰아붙인 작품이 있었을까 싶다"고 전했다.

특히 '탈주'는 구교환을 향해 꾸준히 공개 러브콜을 보내던 이제훈이 '성덕'의 꿈을 이룬 작품이다. 앞서 이제훈은 지난 2021년 개최된 제42회 청룡영화상 중 구교환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공개적으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구교환과의 호흡 후일담에 대해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매력이 정말 너무나 큰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되니까 너무 신나더라. '구교환'이라는 사람의 매력이 어마어마했다"고 연신 감탄했다.

이어 "저보다 형인데 어떻게 저렇게 아기 같이 순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매번 연기하면서 놀랐다"며 "창작자로서 저렇게 유니크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극 초반엔 냉철하고, 여유로운 백조 같았는데 무언가를 쫓아가는 모습에 있어선 사자 같더라. 그 온도 차이가 되게 심하니까 배우로서 '구교환'이라는 사람에 치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실에선 구교환을 향한 이제훈의 애정 어린 추적(?)이 있었다면, 작품 속에선 구교환이 연기한 현상이 규남을 추격한다. 다만 그 모습은 단순한 추적을 넘어 광기 어린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제훈은 "현상도 꿈을 꿨던 시절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반면 앞을 향해 나아가는 규남을 보면서 자신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이 둘의 관계는 쫓고, 쫓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굉장히 맞닿아있는 지점이 있다. 특별하다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탈주 이제훈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일각에선 규남을 추적하는 현상의 감정이 단순히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 어린 애정을 넘어섰다는 해석도 존재했다. 다만 이제훈은 "개인적으로 규남과 현상의 감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인연으로 규남이에게 그런 꿈을 꿀 수 있게끔 근간에 대해 마음의 씨앗을 제시해 준 인물이 현상"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상은 체제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현실을 살아가고, 규남은 자신의 꿈을 위해 탈주를 감행하는 사람이다. 현상이는 규남이처럼 저렇게 꿈을 향해서 모든 걸 버리고, 목숨을 걸만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멈칫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이 부분은 보는 관점에 따라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제훈은 '탈주' 속 규남을 보며 절박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규남이에겐 '인간 이제훈'으로서의 삶을 투영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를 꿈꾸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많이 봐 오면서 저도 저 배우들처럼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20대 초반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살아왔다. 그땐 주위에서 저를 응원해 주기보단, 걱정해 주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보장된 삶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나를 선택해줘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 불확실성이 큰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이제훈은 "20대 중반에 학교도 새로 가고, 남들은 취업도 하고, 군대도 가서 각자의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하는데 저는 매우 불투명했다. 어쩌면 그것들이 규남의 삶에 있어서 마찬가지 아닌가 싶었다"며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받아들이는 방법뿐인데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지 언정, 그게 과연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을 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걸 해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아닐까에 대해서 충분히 규남이에게 공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탈주 이제훈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울러 이제훈은 "개개인에게 있어 꿈과 달성하고 싶은 골인 지점은 다르다. 그게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가 될 수도 있다. 저 같은 경우엔 아직도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제가 꿈을 이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구체적으로 '꿈이 뭐냐'에 대해 묻는다면 배우가 되는 거였다. 큰 스크린에서 내가 주인공이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며 "막상 경험하고 나니까 그게 마냥 꿈은 아니었구나 싶다. 동시에 계속 배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내적 고민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훈은 "저를 봐주시는 관객분들과 시청자분들에게 끊임없이 행복과 좋은 기억을 안겨드리고 싶다. 각자 살아가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서 꼭 도전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 목표가 단순히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돈이든, 물질이든 상관없다. 다만 목표한 부분에 있어서 도전하는 그 과정이 소중하다. 그 과정에 후회 없이 임했다면 스스로 박수 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제훈은 "이제 저는 '배우 이제훈'과 '인간 이제훈'의 간극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이제훈에게 '영화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저를 설명할 수 없고, 행복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통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봄으로써 다시 꿈을 꾸고 싶고,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고, 저를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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