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스스로 "양파 같다" 자부할 정도로 가수 겸 배우 엑소 수호의 얼굴은 다채롭다.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 속 고귀한 세자의 얼굴부터 뮤지컬 '모차르트'에선 광기 어린 모차르트로 빙의하더니, 솔로 콘서트에서는 뜻밖의 웃긴 입담으로 객석을 뒤집어놨다.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배우 겸 가수 수호를 만났다.
수호는 MBN 주말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박철·연출 김진만)에서 왕세자 이건 역을 맡아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수호의 커리어 첫 사극이다. 사실 당시엔 사극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는 "사극은 조금 더 연륜이 쌓인 다음에 하고 싶었는데 우연찮게 이 작품이 들어왔다. '킬미힐미' 감독님이라고 하셔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10년이 넘었는데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또 작가님이 (소녀시대) 유리 누나가 했던 사극 '보쌈-운명을 훔치다' 작가님이시더라. 제가 현대극을 선호하는 편인데도 유리 누나가 한다고 해서 '보쌈'을 봤었다. 부푼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털어놨다.
수호에게 '세자가 사라졌다'는 운명 같았다. 그는 "원래 그때 솔로 앨범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긴 머리를 하고 싶어서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헤어 원장님이 '안 자를 거냐' 해서 '안 자를 거고 계속 기를 거다. 심지어 묶을 수도 있다. 근데 기른 김에 사극을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그러고 나서 3일이 지나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운명인가 했다. 호의를 갖고 봐서 더 좋은 마음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첫 사극인 만큼, 부담감도 컸을 터. 수호는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며 철저히 첫 사극을 준비했다. 그는 "배우 선배님들 포함해서 회사 관계자분들도 사극 장르 자체에 대해서 촬영 과정도 힘들고 실제로 연기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 섞인 응원을 해주셨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하긴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더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새로운 걸 개척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처음 두세 달 동안은 대본을 달고 살았다. 처음에 6부까지 받았었는데 100번은 읽은 것 같다. 소리 내서 읽고 녹음한 오디오 파일도 몇 개 있다. 그렇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엑소 수호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 작가와도 캐릭터 논의를 거듭하며 수호는 자신이 수호인지 이건인지 헷갈릴 정도로 캐릭터에 흠뻑 녹아들었다. 그는 "어느 순간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작가님이 이렇게 쓰신 건지, 아니면 세자 이건이 이런 사람인데 나도 그런 사람이라 편하게 연기한 건지 모르게끔 감독님, 작가님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내가 수호인지 이건인지 구별이 안 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세자 이건과 엑소라는 팀을 이끄는 리더 수호 간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을 법했다. 그는 "저도 엑소 리더를 12년 했고, 초 중학교 때도 반장을 하고 싶어 했다. 리더라는 직책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았던 것 같다. 그런 기질이 있기 때문에 세자라는 역할도 좋았다. 세자 이건에 대해서 더 이해가 많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노력 끝에 탄생했기에 결과물도 꽤나 흡족했다. 수호는 풍부한 감정선과 수려한 비주얼로 '확신의 세자상'이란 호평을 얻었다. 수호는 "신조가 '하면 된다'인데 '하면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만족하는지 물어보신다면 그 당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걸고 연기하기 때문에 만족하고 후회도 없다. 연기를 할 때도, 밥 먹을 때나 자기 전이나 연기하지 않을 때도 1분 1초 나노 단위로 계속 대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연기한 거라서 아쉬움이 남는 신도 없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근데 항상 다음 작품 할 때 저를 돌아보면 그때는 아쉬움이 보이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수호는 극 중 코미디적인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팔굽혀펴기라든가 그런 것들이 재밌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귀엽게 나오기도 했다"며 수호는 "제가 개그맨은 아니지만 위트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연기할 때도 재밌는 신이 아닌데도 애드리브를 해서 웃기려고 했다. '보리보리쌀'도 당연히 대본에 전혀 없었던 신이었다. 재밌는 요소를 많이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든 예술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든, 영화든, 노래든, 뮤직비디오든 엄청 깔깔깔 웃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더 박해져서 해학적이거나 유머러스한 소재가 있어야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관심을 갖게 되지 않나 생각해요."
엑소 수호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수호는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으로 대중에게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며 "'이 친구, '세자가 사라졌다'의 이건인가' 못 알아볼 만큼 다양한 모습을 다양한 장르에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가능한 한 교집합이 없는 캐릭터를 해서 양파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탐정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탐정 수사물도 해보고 싶어요. 정리 정돈되거나 엘리트적인 역할 말고 슬리퍼 신고 츄리닝 입고 다니면서 백수 같은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엑소 수호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