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신파를 경계한 탓일까. 애매한 빈틈의 '하이재킹'이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하이재킹'(연출 김성한·제작 퍼펙트스톰필름)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1969년 공군 파일럿 태인(하정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태인은 납북 위기에 처한 한국 민항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결국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옷을 벗게 된다.
2년 후 1971년, 태인은 민항기 부기장이 돼 기장 규식(성동일)과 강원도 속초에서 출발해 김포로 향하는 비행에 나선다. 승객들은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를 받아 차례차례 비행기에 오른다.
여객기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을 무렵, 홀로 목적지가 다른 손님 용대(여진구)가 사제폭탄을 터뜨린다. 아수라장이 된 기내를 향해 용대는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고 외친다.
과연 태인은 또다시 닥쳐온 납북 위기 속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을까.
'하이재킹'은 지난 1969년 발생한 'YS-11' 납북 사건과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댄 '하이재킹'은 자칫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전개를 경계한다. 비행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태인의 모습은 덤덤하고도, 담백하게 표현된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성한 감독은 기자간담회 당시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봐주시길 바랐다"며 '하이재킹'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김성한 감독의 말대로, '하이재킹'을 이끌고 가는 태인의 선택들엔 많은 감정과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한 '항공기 내부'라는 밀폐된 공간을 적절히 활용해 작품만의 포인트를 살렸다. 공간적 한계는 인물 간의 갈등을 더 치열하게 만들어준다. 좁은 공간 속 한 명의 가해자와 다수의 피해자들은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관객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더불어 스크린을 통해 구현된 1970년대 시대상 역시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력질주하거나, 닭을 안고 타야 하는지, 화물칸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 등이 초반부 극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다만 이야기 자체가 가진 촘촘함은 부족하다. 22살의 청년이 '하이재킹'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 그려지지만, 깊이감이 부족하다. 태인의 선택에서 덜어진 신파가 용대에게 향한 듯하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몰아치는 용대의 서사는 관객들을 그다지 설득하지 못한다.
또한 용대의 사제 폭탄으로 기체에 구멍이 생긴 뒤 이를 수습하는 모습이나, 한국 공군의 위협사격을 피하기 위해 공중액션을 보여주는 민항기의 모습 등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비행기 창밖으로 그려지는 CG들의 모습도 묘한 어색함과 빈틈이 있다.
그럼에도 하정우는 묵직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간다. 웃음기를 뺀 하정우 표 태인은 진중하고, 무게감 있다. 성실하고, 착실하게 '하이재킹'을 이끌어간다. 하정우의 새로운 얼굴은 아니지만, '믿고 보는' 얼굴임은 분명하다.
'하이재킹'으로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 여진구는 새로운 얼굴이다. 까맣게 탄 얼굴에 눈빛만은 형형한 여진구 표 용대는 비주얼만으로도 살벌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만 옛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면에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다.
요동치는 기내 안에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승무원 옥순 역을 맡은 채수빈과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기장 규식 역의 성동일은 '하이재킹'에 힘을 싣는다.
'하이재킹'의 장점은 실화가 주는 힘에 더해진 영화적 상상력이다. 동시에 상상력의 한계도 느껴진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 기자 한줄평 : 도파민 세상 속 담백함 승부수 or 무리수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