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가 부친을 사문서위조혐의로 고소했다. 가족이기에 모든 걸 내줬던 박세리였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며 눈물의 결단을 내렸다.
18일 서울시 강남구에서는 박세리희망재단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고소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이사장 박세리와 법률대리인 김경현 변호사가 참석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혔다.
우선 박세리희망재단은 골프 및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한국 골프 전설로 불리우는 박세리가 재단 이사장이며, 대회를 개최하고 유망주들을 후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박세리희망재단이 국제골프학교 설립을 위해 사업참가의향서를 작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배경에는 박세리의 부친이 있었다. 부친이 재단 명의의 문서와 인장 등을 몰래 위조해 작성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 결국 재단은 부친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부친 고소에는 박세리의 확고한 의지가 뒷바탕 됐다. 박세리는 오랜 시간 부친과 금전적인 갈등을 겪고 있었고, 이번 사건으로 끝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세리는 다수 예능 방송을 통해 가족의 빚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힐링캠프'에서 "은퇴 전까지 미국에서 번 상금 126억 원, 총수입이 500억이었다. 상금 대부분은 아버지 빚 갚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골프 선수 시절 벌었던 총상금 약 200억 원, 스폰서 계약금, 대전 저택까지 모두 부모님을 위한 것이었다.
박세리는 지난 2016년 은퇴 후 본격적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바로 아버지의 채무문제다. 박세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용히 해결하려 했지만 채무 관계를 해결하면 또 다른 채무 관계가 생겼다. 문제가 점점 커졌고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가족이기에, 아빠이기에, 모든 것을 내주고 책임져왔던 박세리였다. 하지만 이번 부친의 사문서 위조 사건으로 박세리의 곪았던 아픔이 터진 셈이다. 특히 박세리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방송인 '리치 언니'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선 고정 MC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재단 이사장으로서 후배 양성에도 이바지하며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와중이다.
박세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갔다가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어떤 채무관계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눈물도 흘렸다. 가족이 최우선이었던 박세리. 후배 양성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결단을 내린 그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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